지난달 초 법무법인 율촌이 채용한 베트남인 변호사 딘 넛 꽝씨(Dinh Nhat Quang·30)의 이력서 학력난에는 '국제법률경영대학원(TLBU)'이 들어있다.

하노이 법대를 졸업하고 베트남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그가 한국에 와서 석사학위를 받은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법무법인 로고스의 베트남 현지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응우옌 덕 밍 변호사(Nguyen Duc Minh·30)도 2003~2005년까지 TLBU에서 공부한 후 국제법과 경제학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최근 2~3년 사이 국내 로펌과 인연을 맺은 아시아계 변호사들 중에는 TLBU 출신이 제법 눈에 띈다.

국내 대형 로펌에서 외국인 변호사 채용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생소한 학교가 이력서에 자주 등장해 궁금했다"며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지에서 온 변호사들은 거의 이 학교를 통해 한국에 진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인 변호사들의 '사관학교'인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에 위치한 석·박사 과정 대학원인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TLBU·Transnational Law & Business University)는 일종의 사설 '국제 로스쿨'이다.

2009년부터 국내에서 정식으로 문을 여는 로스쿨처럼 졸업 후 국내 변호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변호사의 토양을 쌓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고려대 법대 학장을 지냈던 류병화 총장(62)은 2001년 교육부의 허가를 받고 사재를 털어 이 학교를 설립했다.

1972~1980년 사이 주로 유럽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기도 했던 류 총장은 "아시아 국가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토대가 약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다른 나라와 세계 흐름을 이해하고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아시아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학교 설립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선 매년 아시아 각국에서 선발된 30~40여명의 법학 인재들이 모여 국제법과 국제기구학,미국법 등을 공부한다.

1년에 1~2개월씩 헤이그와 제네바,브뤼셀 등 현장 학습에도 나선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데다 학비가 전액 무료다.

지원자들은 대부분 현지 명문대 법학과 졸업생들로 학교 측의 추천을 받지만 전체 입학생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학생들의 경우 류 총장이 직접 현지에서 인터뷰를 실시해 선발한다.

입학생 중 일부는 이미 자신의 나라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경우도 있다.

중국인 리 주씨(23·여)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한국과 국제법을 배우는 너무 좋은 기회"라며 "졸업 후 로펌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석사과정을 시작한 정자호씨(29)도 "졸업 후 TLBU 진학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사례 분석 위주의 토론식 수업,모의재판 등을 통해 국제적인 법률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제5회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이 학교를 거쳐간 석사 졸업생은 총 213명,박사과정 졸업생은 11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각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변호사와 교수,고위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년 전액 장학금을 주느라 들어가는 예산 25억원 중 일부는 재단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해 여는 부설 영어캠프나 최고위과정 등 각종 수익사업을 통해 충당하기도 한다.

또 TLBU는 2002년 파리 캠퍼스를 설립한 데 이어 현재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로스쿨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