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량기 '봉인구 로크' 디자인권 침해 판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기계량기를 함부로 뜯지 못하도록 봉인하는 데 사용해온 이른바 '봉인구 로크(lock)'가 한 중소기업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한전은 2000만 여개의 '봉인구 로크'가 사용된 각 가정 및 사업장의 전기계량기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2부(부장판사 양재영)는 '봉인구 로크' 제조업체인 ㈜델타가 "한전의 전기 계량기에 사용된 '봉인구 로크'의 디자인이 델타가 등록한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한전을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전이 2003년 1월부터 2006년 하반기까지 재향군인회로부터 납품받아 전기계량기에 사용해온 '봉인구 로크'는 디자인은 물론 그 전체적인 형상,모양이 ㈜델타가 디자인권을 등록한 동종 제품 디자인과 별 차이가 없다"며 "한전은 '봉인구 로크'를 사용·양도·대여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되며 해당 계량기의 '봉인구 로크'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일단 '봉인구 로크'를 제거하게 되면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고 전국에 산재한 한전 소유의 계량기 등에서 '봉인구 로크'를 제거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봉인구 로크'의 제거 부분에 대해서는 가집행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같은 '봉인구 로크'를 새로 설치하는 전기계량기에는 사용할 수 없으나 기존에 설치된 '봉인구 로크'는 상급심의 확정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조기형 한전 홍보실 과장은 "재판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델타는 2005년 초 재향군인회를 상대로 '봉인구 로크'가 자신의 등록디자인의 권리 범위에 속한다는 심판청구를,한전과 재향군인회는 ㈜델타를 상대로 등록디자인권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각각 청구했으나 모두 ㈜델타의 승소 판결로 확정됐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