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J보도, 한국기업에 자신감 심어줘 많은 회사가 모방 나설 것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3개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은 한국기업이 글로벌 M&A(인수합병) 시장에 진출케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AWSJ)이 31일 보도했다.

AWSJ에 따르면 한국기업은 지금껏 국내시장 거래를 선호해 왔으며 'M&A'라는 단어는 종종 한국기업에 대한 해외 자본의 투기적인 인수를 경멸하는 단어로 쓰여왔다.

하지만 49억달러 규모의 이번 M&A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순식간에 전 세계 건설중장비업체 중 톱랭크 대열에 들게 했으며 한국기업에 대규모 해외 M&A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AWSJ는 분석했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이 3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인수가격이지만 이번 인수로 잉거솔랜드사의 전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AWSJ는 전했다.

씨티그룹홍콩의 뱅커 샤헤리아 크리스티는 "한국에서 두산의 예를 따르는 기업들이 홍수처럼 밀려들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당수 기업이 두산의 방식을 모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M&A 성공하려면 "인재유출 막고 언어장벽 극복해야"


1980년대 일본의 소니가 미국의 CBS레코드(1988년)와 콜롬비아 영화사(1989년)를 잇따라 인수하자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하드웨어(전자제품)와 콘텐츠를 아우르는,전격적인 미래 전략"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소니의 M&A(인수·합병)는 대실패로 끝났다.

미국 회사의 임직원들은 불법복제 가능성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소니에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늑장을 부렸다.

콘텐츠 개발과 공급이 늦어질수록 인수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이 일본과 미국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면서 본부간 이기주의 현상까지 생겨났다.




특히 뉴욕의 현지 경영자들이 '동양의 키 작은 사람들'에게 점차 반감을 품으면서 시너지는커녕,기본적인 협력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기업을 인수해 성공적인 성장 전략을 구현한다는 게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두산이 이번 M&A를 성공시키려면 대상 기업의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언어장벽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장은 "핵심 기술력이나 사업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인력들이 빠져나갈 경우 그 회사는 빈껍데기나 다름없게 된다"며 "스스로 전직 능력을 갖고 있는 서구인들은 같은 값이면 동양계 회사에 근무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1995년 삼성전자의 미국 AST 인수가 실패로 돌아간 것도 핵심 인력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당시 PC사업 기반이 전혀 없었던 삼성전자는 AST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일거에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수 직후 AST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대거 사표를 내면서 5억6000만달러의 투자비만 날렸다.

인수 주체기업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점도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두산이 잉거솔랜드 사업부의 경영권을 쥐었다고 해서 임직원들에게 한국어 사용을 권장하거나 강제하기는 불가능하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언어 구사능력의 격차는 원할한 의사소통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의 빈도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두산그룹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소한의 지원 인력만 파견할 것이기 때문에 언어 장벽의 문제는 없다"며 "인수후 핵심 인재 유지 프로그램 가동 등 사후관리방안(PMI)을 마련해 놓고 있어 인력 유출 리스크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