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보장 논란으로 불거진 '이랜드 사태'가 경찰의 두 번째 공권력 투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주동자에 대한 법원의 무더기 영장기각이 이랜드 노조의 두 번째 점거농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동자 구속영장 청구키로

경찰은 31일 새벽 이랜드 노조원이 점거농성 중인 서울 서초구 뉴코아 강남점에 46개 중대 46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노조원 197명을 연행했다.

강제 진압에 항의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던 민주노동당 당직자 5명도 함께 연행됐다.

경찰은 이들을 시내 21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하고 업무 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주동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랜드 노조는 홈에버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각각 21일과 13일째 점거농성을 벌이다 지난 20일 경찰의 공권력 투입으로 강제 해산당했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14명 가운데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등 3명만 구속하자 노조원들은 지난 29일 새벽 뉴코아 강남점을 다시 점거해 3일째 농성을 벌여왔다.

지난 26일 교섭이 결렬된 이후 이랜드 노사는 추가 교섭을 진행하지 않고 '점거 해제 후 교섭'(사측)과 '선교섭 후 점거 해제'(노조 측)로 팽팽히 맞서왔다.


◆엄정한 법집행 목소리 높아져

이랜드 사태의 두 번째 공권력 투입은 과거 공권력이 투입된 파업 농성의 사례에 견줘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무더기 영장기각이 두 번째 농성을 촉발시켰다며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랜드 노조 피의자들이 재범 우려가 높은 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곧바로 재청구를 했던 것"이라며 노조의 두 번째 농성 돌입에 대한 '법원 책임론'을 거론했다.

실제로 법원이 22일 무더기로 영장을 기각하자 이랜드 노조는 "법원도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투쟁의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원은 26일 이랜드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홈에버 매장에 대해서만 노조 농성 금지를 결정하고 뉴코아 매장에 대한 가처분은 기각,노조가 뉴코아 매장에 '집중투쟁' 하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법원은 뒤늦게 31일 뉴코아 매장에 대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였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사법부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 원칙에 충실한다고 하는데 구속을 처벌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일반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며 "두 번째 점거농성을 통해 재범의 위험성이 드러나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으므로 이번에 주동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새로이 청구되면 원칙대로 발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기정 경총 본부장도 "일반 국민과 매점 상인들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도 사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며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 서부지법 관계자는 "일부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되고 일부 기각된 데 대해 형사정책적으로 조율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당해사건별로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법원의 권한으로 봤을 때 그같은 사후 지적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상윤 연세대 법대 교수는 "노동3권과 사용자의 재산권이 충돌하는데 이랜드 사태는 그동안 너무 재산권이 침해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공권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노사의 성숙한 문화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랜드 노사는 31일 오후 5시20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오상흔 홈에버 사장과 최종양 뉴코아 사장,박양수 뉴코아 노조 위원장,홍윤경 이랜드 노조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에 들어갔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다.

이랜드 노사 양측은 1일 다시 만나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