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13일째인 31일,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남자 인질 1명을 추가 살해했고 시신도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타운 내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날 피살은 전날 밤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알려진 뒤 얼마 안 돼 발생해 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랍자 가족 20여명은 이날 오후 5시40분께 피랍자 가족 호소문을 발표했다.

피랍자 이선영씨(38ㆍ여)의 어머니 김경자씨(63)가 호소문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자 가족들은 하나둘씩 손수건을 꺼내들었고 이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이것은 종교,이념,국가의 문제가 아닌 가족들의 소중한 생명이 걸린 문제"라며 "미국이 21명의 무고한 생명을 구해주기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5명의 남자 피랍자 중 한 명인 제창희씨(38)의 어머니 이채복씨(69)는 "거기서 한 사람 한 사람 남자만 죽인다는데 지금 내 심정은 정말 피가 마르고 가슴이 찢어진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심성민씨(29)의 아버지 심진표씨(62ㆍ경남도의원)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아들의 시신을 서울대학병원에 기증할 의사를 밝혔다.

심씨는 "아들이 이미 유명을 달리한 만큼 희생의 의미를 헛되이 할 수는 없기에 시신을 서울대학병원에 기증하기로 가족들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내일부터라도 외교통상부와 협의를 거쳐 서울대학병원 영안실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시신이 오는 대로 장례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았다"며 "아직도 공포를 느끼고 있을 21명의 피랍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분당 샘물교회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배 목사의 사인과 관련,"'다발성 총상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측은 "머리에 한 발,흉부와 복부에 6발의 총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윤미로 인턴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