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 궁성 유적인 개성 만월대 일대에서 왕이 조회를 하던 정전(正殿)일 가능성이 있는 아(亞)자형 건물터 등 건물지 29곳이 확인됐다.

또 100여점의 각종 명문(銘文)기와를 비롯한 800여점의 유물도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개성역사 지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원을 위해 남북한이 지난 5월18일부터 7월8일까지 개성시 송악동 만월대 서편 일대 3만㎡를 공동 발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1일 발표했다.

고려 태조 왕건이 개성에 도읍을 정한 919년 조성된 고려 궁성은 광종 때 대대적인 중수 이후 화려한 모습을 갖췄으나 1361년 홍건적의 난 때 소실된 뒤 터만 남은 상태다.

조사 결과 최대 동서 길이 250m에 이르는 곳을 포함한 대형 축대 4곳과 건물터 29곳,배수시설 등이 확인됐다.

특히 '가-1호'로 명명된 건물지는 지금까지 확인된 건축물 중 권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앙에는 동서 31.8m,남북 13.4m에 이르는 평면 아(亞)자형의 대형 건물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건물터 전면 중앙에서는 3개소로 추정되는 계단 시설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높은 석축대 위에 회랑을 둘러 배치한 이 건물이 고려 궁성 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정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번 발굴에서는 '赤項惠文'(적항혜문) 등의 글자를 찍은 100여점의 명문 기와와 포도석류문 원통형 청자 등 800여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출토 도자기는 대체로 12~13세기 부안과 강진 가마 생산품일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단은 "이번 발굴을 통해 조사 지역 내의 평면 배치 형태를 확인했으며 건물의 용도에 따라 공간을 분리했음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