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이 다섯 가지 거짓말을 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달 31일자 인터넷판에서 경제학 모델의 X와 Y축이 글로벌화로 인한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높은 생산성과 낮은 실업률은 소득 향상으로 이어진다=미국은 최근 6년간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노동생산성이 15% 상승했고 실업률은 5%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평균적인 미국 노동자의 임금은 거꾸로 4% 감소했다.

이에 대해 신규 이민자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져 미국 내 화이트 칼라조차 구직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중국과 인도,러시아의 발전으로 세계 차원에서 노동 공급이 4배 늘어나 임금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좋은 은행과 사유재산제 없는 성장은 불가능=중국의 예를 보면 이 또한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84~2004년 6배 확대됐다.

2005년부터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9%를 넘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비로소 물권법에 사유재산 보호의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 불안한 상태다.

시장경제 기구들이 확립돼 있지 않을 때도 경제 성장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본은 자유로워야 한다=1950년대 후반 이후 국가 간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개도국들이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해 왔다.

하지만 1996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외환위기는 태국에서 한국까지 아시아 전역으로 전염돼 나갔다.

자본 이동을 통제하고 있던 중국과 대만만이 무사했다.

경제학자들은 적절한 경제기구와 규제가 있을 경우에만 자본 이동을 자유화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얻고 있다.

◆유로화 통용 힘들 것=1992년 유럽 단일 통화가 도입될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은 유럽인들을 놓고 비아냥거렸다. 화폐 경제학의 태두인 고(故) 밀턴 프리드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로화는 2002년 1월 세계 무대에 당당히 등장했고 5년 뒤인 지금까지 달러화보다 높은 값어치를 갖고 성공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일본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머지않아 중국도 그럴 것=경제학자들은 오랜 동안 일본의 경제 성장이 미국의 침체를 예고한다고 믿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초조해했고 미국 노동자들의 나태함을 비난했으며 일본의 효율적인 노동 윤리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은 세계 최고 경제대국이며 일본은 15년간 거듭된 경기 침체와 기록적인 실업률을 겪어야 했다.

일본이 미국을 제치지 못했다면 중국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