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만 해도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한 적이 많았다.

요즘엔 그런 일이 없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악성 코드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악성 코드는 급증했다.

미국 유학 중인 안철수씨(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는 특히 '봇'이란 악성 코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의장은 최근 기자에게 봇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AP통신에서 'PC를 원격조종하는 봇넷(봇을 이용해 구성한 해킹 네트워크) 해커들을 FBI가 사기행위로 잡아들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면서 "미국에서 FBI가 나설 정도가 된 만큼 한국에서도 이 같은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봇은 해커가 원격지에서 남의 PC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악성 코드다.

'로봇'이란 말에서 유래했다.

봇은 주로 윈도 등 PC 운영체제의 취약점을 파고든다.

백신 프로그램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은 PC도 공격 대상이다.

안 의장은 "최근 보안 위협은 과거 '바이러스 대란'처럼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봇과 같이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오랫동안 공격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나 웜과 달리 봇에 감염되면 PC 속도가 떨어지거나 접속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백신 프로그램이나 보안 프로그램을 강제로 종료하거나 백신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차단하곤 한다.

봇에 감염된 PC를 전문 용어로 '좀비 PC'라 한다.

좀비 PC는 특정 사이트에 데이터를 폭주시켜 서버를 마비시키는 '서비스 거부공격(DoS)'에 이용되거나 스팸메일 발송,개인정보 유출,불법 프로그램 설치 등 해커의 명령을 그대로 수행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