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도곡동 일대에서 대표적인 단지 내 상가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권리금이 급락하고 있다.

권리금은 기존 상가 세입자가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받는 일종의 '자릿세'로 장사가 잘될수록 비싸 상가 가치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이 집값 하락 등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어 앞으로 권리금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유망 투자대상으로서의 인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 권리금이 급락해 연초에 비해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점포의 경우 장사가 안돼 월세는커녕 관리비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나,영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사면초가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리금 30% 떨어져도 관심없어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지상 1층 앞면에 있는 실평수 33㎡(10평) 정도의 점포 권리금은 현재 7000만원 선으로 연초보다 3000만원 떨어졌다.

2층에 있는 33㎡짜리 상가 권리금은 올해 초 3000만원하던 것이 지금은 1500만원으로 급감했다.

통상 장사가 제법 되는 지하 식료품 매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권리금을 포기한 채 점포를 접어 비어있는 곳까지 있는 실정이다.

지하 매장의 한 상인은 "작년까지만 해도 빈 점포가 생기기 무섭게 새 임차인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보름이 넘게 방치돼 있다"며 "커피 체인점 등 일부 업종을 빼면 거의 비슷한 처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 내 상가에서 장사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을 몇 달째 보지 못했다"며 "1층 상가 권리금을 7000만원 미만으로 제시해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가 매매 거의 끊겨

권리금이 이처럼 급락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매출 부진이다.

장사가 안되다 보니 33㎡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 180만~200만원인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곳 지상 1층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점포 사장은 "적자가 몇 달째 계속돼 관리비와 월세가 밀려 있는 상태"라며 "장사가 안되는 데다 권리금까지 떨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하의 모 식료품점 주인은 "하루 매출이 불과 1만원인 날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가매매도 거의 끊겼다.

1층은 3.3㎡(1평)당 1억원 수준이지만,지금의 임대료를 받아서는 금융비용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도 현재로서는 요원한 상태여서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단지내 상가 경쟁력 잃어

전문가들은 이 같은 권리금 하락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곡동 동부센트레빌 등 은마아파트 인근 상당수 단지 내 상가들이 매출 부진으로 1~2년 전부터 권리금이 약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실제 주변 단지 내 상가와 근린상가의 권리금은 작년에 비해 20~30% 하락했다.

상가 재건축 소문이 돌았던 남서울상가는 권리금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해 인지도가 높아 권리금 하락 시점이 늦춰졌던 것일 뿐"이라며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같은 전문·대형 유통업체들이 늘면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변지훈 인턴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