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 주범… "매도세 당분간 지속"

지난달 13일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거센 매도 공세로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가 5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 등 해외 악재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위험자산에 대한 포지션을 줄이고 있어 외국인의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상 최대 순매도 기록 = 1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정규장에서 5천4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난 13일부터 13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물량은 무려 5조4천168억원에 달해 연속 누적 순매도로 5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종전 외국인의 연속 누적 순매도가 가장 컸던 기록은 지난해 5월 10일부터 26일까지 13거래일 간 3조5천372조원을 팔아치운 것이다.

기간으로는 2005년 9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24거래일 간 `팔자' 행진이 이어진 것이 가장 길며 이 기간 누적 순매도 물량은 3조3천10억원이었다.

지난달 누적 순매도 물량은 4조8천462억원으로 월별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6월에 3조5천356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합치면 두달새 무려 8조3천818억원의 매도 공세를 펼친 것이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2004년 4월 26일 44.14%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전날 34.48%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외국인 매도 공세의 여파로 76.82포인트(3.97%) 폭락한 1,856.45로 장을 마감했다.

◆ "증시 본격조정 가능성" = 전문가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뉴욕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부실과 신용시장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하면서 급락세로 마감했다.

삼성증권의 오현석 투자전략파트장은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린 것이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의 M&A 열풍이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파산에 내몰린 헤지펀드까지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지금 `살얼음판' 수준"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코스피지수가 올들어 29% 급등하면서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이 아시아 평균은 물론 선진국 증시에 버금가는 13배 수준에 달하자 외국인이 본격적인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의 조윤남 투자전략부장은 "한국 증시의 상승률은 올 들어 지금까지 중국 증시에 이어 전 세계 2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단기 급등한 한국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로서는 당연한 행태"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가 급등한 2005년부터 3년째 순매도를 보여 2005년 3조228억원, 지난해 10조7천534억원, 올들어 지난달까지 5조1천84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오 파트장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 밑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 하락으로 한국 증시의 가격매력도가 높아지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진정된 후에야 외국인이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런 추세라면 코스피지수가 1,800선 이하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을 확대하고 조정이 마무리되는 것을 확인한 후 매수에 나서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펴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