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난리다.

"새것을 사겠다.""바꾼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산단 말이냐." 휴대폰 교체를 둘러싼 부모 자식간 승강이다.

국내의 휴대폰 교체주기는 1.44년.홍콩에선 더 빨라서 길어야 1년이라고 한다.

바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능이 추가됐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디자인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휴대폰만 그런 것도 아니다.

다른 물건을 살 때도 디자인을 가장 우선시(52%)한다는 마당이다(한국소비자원).LG경제연구원은 얼마 전 '새로운 소비코드 5가지'라는 리포트를 통해 근래 소비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으로 끊임없는 정보 탐색 및 직접적인 제품 창조와 함께 예술적 디자인 선호를 꼽았다.

'21세기 주요 성장동력은 3D'라고도 한다.

디자인(Design),디지털(Digital),디엔에이(DNA)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이가운데 특히 디자인이 주목받는 것은 디지털이나 DNA 등 첨단기술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는 빠르고 위험부담은 적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에 비해 투자비는 10분의 1,회수기간은 3분의 1이라는 보고도 나왔다.

스기야마 가즈오 세계디자인학회 부회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디자인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려면 공학에 대해 잘 아는 디자이너,마케팅 지식도 갖춘 디자이너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관도 중요하지만 제품 특성에 따른 기능을 잘 살려야 '좋은 디자인'이라는 말이다.

외관과 기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훌륭한 디자인의 명품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자면 창조적 재능에 상상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공학적 지식과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

루이비통 가방이 그 비싼 값을 유지하는 건 남다른 디자인에 더해 며칠씩 바다에 떠있어도 물 한방울 안스민다는 기능 덕이다.

좋은 디자인은 재료와 시대사조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해야 가능하다.

오디오 기기로 유명한 뱅앤올룹슨에선 디자이너와 기술자가 함께 제품의 컨셉트 기능 디자인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디자인은 기술이나 상술이 아닌 인술(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이라는 말도 기억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