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인질과 탈레반 죄수의 맞교환 거부라는 강경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한국 정부의 설득 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아프간 정부에 이어 미국 정부도 지난달 31일 공식적으로 탈레반의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군사작전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실제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테러리스트와의 거래'를 공식 거부한 후 탈레반과의 전면전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인 석방 협상을 방해하고 있는 탈레반 대변인 요수푸 아마디의 위치 추적에 나서는 등 파키스탄에 숨어있는 탈레반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군사작전 준비하나

일본 NHK방송은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들이 억류돼있는 가즈니주에 특수부대원 200여명을 파견했다고 1일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 소식통은 특수부대 요권들이 이미 가즈니주에 도착했다고 말해 아프간 정부가 인질 구출작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프간군은 납치사건 이틀 뒤인 21일 가즈니주 일대에 병력을 배치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31일 가즈니주 카라바그 인근에 병력이 크게 늘었다며 증강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아직 아프간 정부의 요청은 없었지만 (언제라도 가능하도록) 작전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탈레반 측이 추가로 인질을 살해할 경우 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인질을 추가로 살해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탈레반과 교전 격화

아프간 군경과 미군은 한국인들이 실종된 아프간 수도 카불과 남부 칸다하르를 잇는 고속도로 주변에 병력을 증파,무장 세력과 교전이 격화되고 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아프간 남부에서 아프간군 13명이 사망한 대규모 총격전이 일어난 데 이어 31일에는 수도 카불 외곽에서 탈레반이 자살폭탄테러로 반격해 NATO국제평화유지군 3명이 다쳤다.

미국 국무부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한국인 인질 사태에 대해 "끔찍한 사건이지만 여러 해 동안 계속된 미국의 오랜 정책이 조만간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올 들어 아프간에서는 미군 63명을 포함,NATO군 128명이 숨졌다.

미국은 철군을 요구하는 국내외의 정치적 압박과 인명 피해를 무릅쓰고 아프간에서 6년을 버텼다.

미국이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마디 위치 추적

미군과 파키스탄 정부가 함께 탈레반 대변인 유수푸 아마디의 위치를 추적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아마디는 파키스탄 내에 있다가 아프간으로 국경을 넘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군이 아마디의 위치 추적을 통해 탈레반 수뇌부 색출을 노리고 있다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발로 보도했다.

아마디는 계속 이동하고 있으나 휴대 전화로 언론사와 수시로 접촉하고 있어 좌표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는 탈레반 수뇌부와 인편으로 교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한국인 인질 사태 초기에는 언론 접촉이 잦았으나 지금은 뜸해져 파키스탄에 있는 탈레반 은신처와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