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코미디계 거장 심형래와 임하룡 등이 출연한 KBS2 ‘상상플러스'가 지난 31일 밤 전파를 타자 시청률이 단번에 전국 기준 19.6%로 치솟았다.

지난달 24일 기록한 18.2%에 비해 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최송현 아나운서가 MC로 첫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고 성적이다.

심형래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이날 영화감독이 아닌 코미디언으로 돌아와 넘치는 끼를 한껏 발산한 이들 코메디언의 넉살(?)은 여전했다. 종전 보다 오히려 무게도 있어 보였다.

탁재훈이 물었다. 영화 '디 워'를 만들 때 외국 출연자들이 "뭐라 불렀느냐"고 하니까 심형래는 "뭐라 하긴 그냥 우리 말로 감독이라고 부르라고 가르쳐줬는데 '강도'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하지 말라"고 했단다.

누군가가 코미니언 시절 겪었던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 달라고 하자 작고한 이주일씨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오래전 코메디언들이 대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캣즈'를 보러갔다. 초청해주신 분이 특별한 손님이라고 해서 마련해준 무대 바로 앞 좌석에 앉아 관람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요란하게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후에 들었지만 30년간 공연해온 출연자가 순간적으로 대사를 잊어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심한 콧걸이였다.

장본인은 이주일씨였다.

그는 깨어나자 곧 바로 나가자고 했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왜 앉아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앞장서 나갔는데 막상 한 사람도 따라 일어서지 앉자 "야! 다 나와"하고 소리쳐 좌불안석이 된적이 있었다 한다.

심형래와 관련된 코메디아닌 코메디를 털어 놓아 시청자들을 웃기기도 했다. 한 참 잘 나갈 때의 일이다. 울산 공연을 마치자 매니저가 또 한군데 예약된 곳이 있으니 가 달라고 부탁을 해 찾아가 보니 조그마한 시골풍경의 무대였다.

사회자라는 사람이 'XX밴드'라고 소개해서 보니 달랑 키보드 연주자 한 사람뿐이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나를 소개할 차례인데 술 취한 분이 나타나서는 사회자의 마이크 줄을 잡아 당기는 바람에 서로 실갱이하는 일이 벌어졌다.

잠시 그러다 잡아 당기던 마이크 줄을 놓쳤는데 그때 마이크가 사회자 입을 치는 꼴이 되어 이빨이 빠지는 소동을 빚었다. 관중들의 폭소가 터졌다. 내가 웃긴 것도 아니다.

그뿐인가. 잠시후 연예인은 죽어도 연예인이라며 다시 마이크를 잡고 나를 소개하는 사회자의 발음이 아주 정확해 한편으로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엇이 입에서 튀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이빨 빠진 자리를 틀어 막았던 솜뭉치였다. 연예인의 비애이기도 했지만 순간적으로 얼마나 웃습고 웃었는지 모른다. 코메디가 따로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이밖에도 '영구~ 없다' 아니 '영구~ 있다'와 갑자기 헛다리 집고 쓰러지는 변함없는 예전의 장기를 보여 모처럼 올드 팬들의 눈길을 잡았다.

이후 게시판에는 “심형래 감독은 개그맨으로 복귀하라” “심형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역시 개그는 옛것이 좋아” 등의 글들로 찬사를 받았다.

그 덕인가 제이슨 베이 주연의 영화 '디-워'의 예매율도 호조다. 낮 12시 예매율 점유율이 65.32%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