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에 첫 여성국장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죄다 엄마들 몫이고 교사의 70% 가까이가 여성인데 정작 해당 부처엔 이제사 여성국장이 생겼다는 얘기다.

다른 곳에서도 국장급 이상 여성을 찾으려면 눈을 씻고 뒤져야 할테니 딱히 교육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최초라는 이름이 붙는 여성들에 대해 일각에선 '토큰'이라고 부른다.

남성사회에 의해 선택된 상징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래도 토큰치고 인간승리가 아닌 경우는 거의 없다.

남들보다 두세 배 열심히 일한 건 당연지사고 개인생활은 아예 접은 수도 허다하다.

토큰 가운데 기혼여성이 드물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세상이 바뀌어 토큰은 줄어들고 이른바 '알파걸'이 늘어난다.

실력은 물론 적극성과 자부심,열정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엘리트 여성이다.

알파걸의 활약은 눈부시다.

각종 국가고시를 휩쓰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의학 과학 경제 등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으로 남성들을 제치고 앞서간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에게 결혼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딸이 결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일에만 매달리는 것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부모도 많다.

근래엔 한 술 더 떠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키우는 '싱글맘'이 되겠다는 이들도 생긴다.

몇 년 전 개봉된 영화 '싱글즈'의 주인공(엄정화)이 우연한 잠자리로 임신한 뒤 아이를 혼자 키우겠다고 나서더니 최근 드라마 '불량커플'의 주인공(신은경) 역시 결혼은 싫고 아이만 낳겠다고 우겼다.

얼마 전엔 방송인 허수경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임신했다고 밝혀 화제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결단하기까지 허씨가 얼마나 고심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유명인의 행동이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자로 재기 어렵다.

'불량커플'의 주인공처럼 '구속당하는 결혼은 싫다.

예쁜 딸 하나만 있으면 내 일 열심히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 알파걸들에게 허씨의 행동은 어쩌면 '용기'를 갖게 할 수 있다.

기껏해야 토큰이 될까말까 하던 세대와 달리 알파걸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높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싱글맘'이 되겠다는 것도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지 모른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하듯 아이를 낳음으로써 장차 생활하면서 부딪칠 각종 난관을 극복해낼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출세하려면 퇴근시간을 따지지 말라'는 식의 풍토는 여전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일처리 능력 외에 복합적인 요소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여성 기용이 쉽지 않다는 의식도 뿌리 깊다.

20대 알파걸 가운데 30대를 넘어 40대까지 계속 알파걸로 남아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건 그런 까닭이다.

아이를 키우자면 경제력 외에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고 고통도 따른다.

새벽 한두 시에 이유 없이 우는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고,이마에 링거를 맞는 아이를 보며 울며 밤을 지새고,좋은 학원을 찾아 헤매기도 해야 한다.

뿐이랴.자식에 관한한 무한책임을 지다시피 해야 하는 게 한국 사회다.

'알파걸의 능력은 무한하다.

싱글맘도 괜찮다'는 식의 얘기에 쉽게 동조할 수 없는 이유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