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한국화이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대형 신약들이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의약품에 의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당한 데다,지난해 사노피신데라보코리아와 아벤티스파마의 합병으로 탄생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이자는 의약분업 실시 직후인 2001년 1721억원의 매출을 기록,바이엘코리아(1284억원)를 제치고 국내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중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때부터 화이자코리아는 작년까지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으나 결국 50억원 차이로 1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그러나 올해엔 한국화이자가 더 이상 이 같은 '지존'의 위치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지난해 3위였던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1위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즈 몰딩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 역시 연초에 "2007년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진정한 1위 기업으로 자리잡는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국적 제약사는 비상장 회사여서 올 들어 현재까지의 분기 매출 실적은 공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IMS헬스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지난 1분기에 972억원의 매출을 올려 한국화이자(930억원)를 42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분기 매출에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한국화이자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로 따져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무려 28%인 반면 한국화이자는 10%에 그쳤다.

한국화이자가 이처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주력 제품인 고혈압약 '노바스크'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개량신약 '아모디핀' '레보텐션' 등의 공세에 밀려 매출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도 매출이 정체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화이자의 또 다른 주력 제품 중 하나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역시 현재 특허무효 심판이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제네릭 의약품의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항혈전제 '플라빅스',골다공증 치료제 '악토넬',고혈압약 '아프로벨' 등 주력 제품 대부분이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복합당뇨치료제 '아마반' 등 매력적인 신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향후 몇 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제약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