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화물기 운임 담합 혐의로 지난해 영업이익(4974억원)의 절반이 넘는 3억달러(2787억원)의 벌금을 미국 법무부에 내게 됐다.

이는 2005년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 가격 담합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받은 과징금과 동일한 액수로,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부과받은 벌금 중 사상 최대 규모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브리티시에어는 해외 항공사들과 화물기 운임을 담합한 것에 대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각각 벌금 3억달러를 내는 데 합의했다.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이 미국 등을 운항하는 국제선 화물기 운임을 경쟁사들과 담합해 올렸으며,기름값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도 미국발(發) 화물의 경우 ㎏당 10센트에서 60센트까지 인상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아울러 미국과 한국을 운항하는 일부 여객 운임도 담합을 통해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브리티시에어는 2004년 10달러 안팎이었던 왕복항공권 연료 할증료 담합을 통해 지난해 110달러로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대한항공은 벌금 3억달러를 영업외손실로 반영한 탓에 올 2분기에 21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8.9%와 9.3% 증가한 2조1073억원과 75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벌금을 뺄 경우 상반기에 1951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됐지만 엄청난 규모의 벌금 탓에 적자로 돌아섰다"며 "그러나 이번 벌금 부과로 인해 영업 기반이 위축되거나 재무적인 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정거래감시팀을 신설하는 등 공정거래 확립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