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새벽길의 아름다움 ‥ 장석주 산문집 '새벽예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느림의 정수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삶의 소소한 묘미들을 100% 느낄 수 있다는 데 있죠."
시인 장석주씨(53)가 느림의 미학을 담은 13번째 산문집 '새벽예찬'(예담)을 내놨다. 그는 "너무 바쁘게 사느라 잃어버린 삶의 가치들을 이번 산문집에 실었다"고 말했다.
그는 7년 전부터 도시 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守拙齋)'라는 집을 짓고 산다. 그래서 그의 글들이 더욱 와닿는다.
이번 산문집은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은 계절 뿐 아니라 앵두나무 한 그루의 생태까지 담은 하나의 '관찰기록문'이다. '느림'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다보니 그의 시선은 일상의 모든 것들에 머문다.
유난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마찬가지. 먹을 때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시인의 생각이다. 그래서 알타리무김치에서 시금치 된장국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먹거리 하나까지 자세히 묘사했다.
주변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관점도 그렇다. 그에게 있어 일요일은 더 많이 일하기 위해 쉬는 날이 아니라 '수고와 봉급의 메커니즘으로 포획되지 않은' 날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알찬 일요일을 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밀린 빨래를 하기도 하고,남는 시간에 책도 보며 순간을 만끽한다. "제가 느리게 사는 것은 오히려 인생을 밀도 있고 치열하게 사는 방법인 거죠."
느림을 예찬하고 있다고 해서 그의 글까지 느리고 지루하진 않다. 시인 특유의 맛깔스런 표현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등산로에서 웃통을 벗고 화투를 치는 아저씨들이나 앵두가 익었다는 소식에 멀리서 찾아온 지인의 사연까지 '쫄깃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는 이번 산문집을 특이하게 편지글 형식으로 썼다. 현대인들이 직장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진정한 소통은 부족하다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것. 편지를 보내는 대상도 불특정 다수의 현대인들을 지칭하는 '두브'로 정했다. 두브란 프랑스 시인 이브 본느푸와의 시에 나오는 이름이다. 그는 "남녀노소로 독자를 구분하고 싶지 않아서 '두브'라는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시인 장석주씨(53)가 느림의 미학을 담은 13번째 산문집 '새벽예찬'(예담)을 내놨다. 그는 "너무 바쁘게 사느라 잃어버린 삶의 가치들을 이번 산문집에 실었다"고 말했다.
그는 7년 전부터 도시 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守拙齋)'라는 집을 짓고 산다. 그래서 그의 글들이 더욱 와닿는다.
이번 산문집은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은 계절 뿐 아니라 앵두나무 한 그루의 생태까지 담은 하나의 '관찰기록문'이다. '느림'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다보니 그의 시선은 일상의 모든 것들에 머문다.
유난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마찬가지. 먹을 때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시인의 생각이다. 그래서 알타리무김치에서 시금치 된장국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먹거리 하나까지 자세히 묘사했다.
주변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관점도 그렇다. 그에게 있어 일요일은 더 많이 일하기 위해 쉬는 날이 아니라 '수고와 봉급의 메커니즘으로 포획되지 않은' 날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알찬 일요일을 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밀린 빨래를 하기도 하고,남는 시간에 책도 보며 순간을 만끽한다. "제가 느리게 사는 것은 오히려 인생을 밀도 있고 치열하게 사는 방법인 거죠."
느림을 예찬하고 있다고 해서 그의 글까지 느리고 지루하진 않다. 시인 특유의 맛깔스런 표현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등산로에서 웃통을 벗고 화투를 치는 아저씨들이나 앵두가 익었다는 소식에 멀리서 찾아온 지인의 사연까지 '쫄깃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는 이번 산문집을 특이하게 편지글 형식으로 썼다. 현대인들이 직장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진정한 소통은 부족하다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것. 편지를 보내는 대상도 불특정 다수의 현대인들을 지칭하는 '두브'로 정했다. 두브란 프랑스 시인 이브 본느푸와의 시에 나오는 이름이다. 그는 "남녀노소로 독자를 구분하고 싶지 않아서 '두브'라는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