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靜中動)' 200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금을 누가 맡아 운용할 것인가를 놓고 경제 부처와 보건복지부 간에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논쟁을 계속 벌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를 복지부에서 떼어내 국무조정실 산하에 범정부 독립기구로 둬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보건복지부는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되 복지부 관할로 계속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신경전을 펼치다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는 국무조정실 조정 아래 조율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그러나 법 개정안 제출기한으로 언급된 정기국회가 다가오고 있어 물밑 신경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처 간 합의 내용이 나오기까지는 뭐라 할 수 없지만 경제 부처가 기금운용을 장악했을 때의 부작용을 이미 경험했는데 다시 반복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1998년까지 기금운용위원장을 맡아 국민연금 돈을 예산으로 끌어다 쓰고 이자도 제대로 쳐주지 않아 입은 손실이 그대로 있는데 다시 경제관료들에게 연금기금을 맡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기금의 거대화와 이에 따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기금운용에 비전문적인 복지부가 맡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에선 졸속처리는 안 된다며 충분한 토의를 거쳐 다음 정부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종대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현재 기금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이를 어떤 형태로 바꿔야 할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며 "찬찬히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