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18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억대의 과징금을 물렸다.

값싼 단체계약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채널 편성을 바꿔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시청자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늘 그렇듯 반발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과징금을 맞은 업계보다,이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방송위원회가 공정위를 직접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자신들이 심의하고 승인해 준 채널 편성 변경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는 방송위의 감독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라는 게 방송위의 주장이다.

공정위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업종별 규제기관이 존재하더라도 경쟁법과 관련이 있으면 개입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재반박에 나섰다.

공정위는 SO들이 단체계약 중단과 채널 편성 변경으로 2배 가까운 매출 증대 효과를 얻었다며 "이것이 지역별 독점권을 갖고 있는 SO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아니고 뭐냐"는 입장이다.

SO에 대한 제재는 시청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공정위의 주장대로 방송위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간 방송위가 방송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1지역 1SO'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시청자들만 골탕을 먹은 게 사실이다.

SO들을 감싸온 방송위의 태도가 공정위의 관할권 침해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물론 콘텐츠 네트워크 플랫폼 등이 결합된 SO의 사업구조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콘텐츠에 매기는 요금만을 가지고 공정거래법의 잣대를 들이댄 공정위도 '이중 규제'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두 기관의 다툼에서 시청자들의 권익은 전혀 논외라는 점이다.

과징금 물리기에 급급했던 공정위는 SO들이 입맛대로 바꾼 편성을 원상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방송위는 여전히 SO들만 옹호하고 있다.

더욱이 방송위 뒤에 숨어 공정위를 비난하고 있는 SO들은 애당초 스스로 시정할 뜻이 없는 회사들이고….

시청자들을 뒷전으로 미뤄둔 채 관할권 다툼만 벌이고 있는 방송위와 공정위. 이들이야말로 '과징금' 처분감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차기현 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