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반도체 사업장인 삼성전자 기흥공장(경기도 용인)에 정전사고가 발생,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는 K2 지역의 6개 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이번 정전으로 주요 라인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클린룸과 첨단 세척장비도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번 사고로 하루 평균 3만~4만장의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흥공장의 피해액이 400억~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께 기흥공장 내 변전소 배전반 이상으로 정전이 발생,K2 지역 생산라인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K2 지역은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6·7·14라인과 D램을 생산하는 8·9라인,시스템LSI를 생산하는 S라인 등 총 6개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의 가동이 전면 중단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세계 반도체 가격 동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배전반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정전이 일어났다"며 "정확한 원인은 상황을 좀 더 파악해본 뒤에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배전반 5개 중 3개가 손실을 입었고 정전 직후 비상발전시설(UPS)을 즉각 돌려 가스공급 장치 등 안전 시설과 핵심 시설은 곧바로 정상 가동시켰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의 복구 작업으로 14라인과 S라인은 이날 오후 7시께,나머지 4개 라인은 밤 11시20분께 전력 공급이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전력 공급 1시간이 지나면 라인의 80%가 정상화되고 12시간이 지나면 100% 정상화된다"며 "4일 오전까지 전 라인 정상화를 목표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맨먼저 전력 공급이 재개된 14·S라인은 4일 오전 7시면 정상화될 수 있고 8·9라인은 10시,6라인과 7라인은 낮 12시 이전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력 공급 재개에도 불구하고 가스를 쓰는 일부 공정은 당장 가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성공장과 함께 삼성 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기흥공장은 월 평균 100만장 안팎의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정전사고로 당장 이날 생산한 수만장의 웨이퍼들은 청정장비 가동 중단으로 전량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조일훈/기흥=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