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선수와 어머니'서 김원희와 호흡

정준호는 분명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1995년 스크린에 데뷔한 이후 '아나키스트'에선 항일 비밀조직원으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에선 커플매니저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로, '공공의 적2'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한으로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정준호의 모습은 십중팔구 조폭 코미디 속 인물이다.

특히 그가 주연을 맡은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는 관객으로부터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을 받았고 이번에도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라는 코미디 영화로 8일부터 다시 관객과 만난다.

출연작 중 코미디가 가장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는 지적은 그에게 식상할 터. 그는 "관객이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장르인데도 코미디 영화를 계속하는 것을 비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국 코미디 영화를 적극 변호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영화가 살아남기 어려운 시점에도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장르가 코미디입니다.

관객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하는데 왜 코미디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이해가 안 가요.

사람들이 모두 일류만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삼류의 마음이 흘러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시사회 때도 '코미디란 밥상 위에 놓인 김치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코미디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를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에게서 엄청난 빚을 물려받고 혜주(김원희)를 상대로 사기를 쳐야 하는 흥신소 사장 덕근 역할을 맡았다.

"가벼운 코미디는 지양하고 드라마를 살려야 영화가 살아난다는 데 감독님과 의견이 일치했어요.

혜주와 덕근의 멜로 라인을 잘 표현해 극중 흐름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죠. 제 역할도 그냥 웃기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연민,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해야 하는 현실, 혜주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 등 다양한 감정 표현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영화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의 느낌 그대로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두사부일체' 시리즈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정준호와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로 남다른 재능을 보여 준 김원희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코미디의 '지존'들이 함께 한 작업은 어땠을까.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것처럼 편하게 연기했어요.

김원희 씨는 순발력과 재치가 정말 뛰어난 배우죠. 후반부에 혜주가 참 사랑을 깨닫는 대목을 시사회 때 보는데 저도 감동해서 눈물을 쏟았을 정도입니다.

관객이 저희 두 명의 앙상블을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그에게는 배우 말고도 여러 가지 직함이 있다.

영화사 겸 매니지먼트사인 주머니엔터테인먼트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미국 하와이에서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또 '사랑의 밥차'와 휠체어 마라톤 등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영화와 사업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애착을 갖고 있는지 묻자 그는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영화도 아니고 사업도 아닌 삶과 가족"이라며 "지금 하는 모든 일들은 살아가기 위한 소품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또 최근 정치계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 데 대해서도 "사람이란 불과 10분 뒤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앞으로 정치를 하겠다, 안 하겠다 어떻게 말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금은 (정치가) 관심사가 아니란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하는 거죠. 결혼이요? 올해 안에 꼭 하는 게 목표예요.

일단 올해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공식 활동은 하지 않을 거예요.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투사부일체' 팀들과 함께 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본격적으로 촬영할 생각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