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 차관, '창의적 외교노력' 모색"
방미대표단 번스 차관 면담


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부 차관은 2일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 인질 억류사태와 관련, "인질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모든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전했다

번스 차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5당 대표로 구성된 국회방미단과 1시간여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국민의 걱정과 원망, 고민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한국과 아프간, 미국, 유엔이 공동의 입장을 갖고 끈기를 잃지 않고 탈레반의 심리전에 이용당하지 않으면 반드시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미국 국무부에서 번스 차관과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역대 인질교환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원칙을 지속하면서도 또 다른 접근 방법도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며 "인질 안전확보를 위해 모든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와관련, 번스 차관으로부터 미국은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 100% 정보를 공유하면서 또다른 창의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은 사전에 약속했던 시간인 30분을 훨씬 넘겨 1시간 이상 계속됐다.

김 대표는 또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가 이날 아프간 한국인질 석방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군사력 사용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다만 번스 차관이 아프간 정부를 통한 압력 등을 언급했다고 답하고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번스 차관이 한국 국민의 걱정과 원망, 고민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한국과 아프간, 미국, 유엔이 공동의 입장을 갖고 끝까지 끈기를 잃지 않고 탈레반의 심리전에 이용당하지 않으면 반드시 우리는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아프간처럼 산악이 험준한 지역에서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번스 차관은 군사작전과 관련, 주권국가인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논의할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또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산악지대로 이뤄져 있는 곳에 잡혀있는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지적하고 "어떤 군사작전도 이번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평화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회방미단은 이날 번스 차관과 면담에 앞서 "미국이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움직여줘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21명의 인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면서 "5당 대표가 똑같은 심정으로 전대미문의 인질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인질의 무사귀환을 촉구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었다.

이들은 5당 원내대표의 공동성명서를 미국 정부 요로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도 표시했다.

장 대표는 특히 "우리의 혈맹인 미국 정부가 좀더 구체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나머지 21명의 인질도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다"면서 "미국의 원칙이 있다고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원칙이 그 원칙을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면서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을 주문했다.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번 국회방미단의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 주문이 미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프간 인질사태와 관련한 국내의 반미여론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편 이날 번스 차관과의 면담에는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와 한나라당 박진, 김충환, 열린우리당 선병렬, 무소속 채수찬 의원 등 모두 8명이 참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