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와인산업은 과잉 생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와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품질 대비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각국은 재정적 정치적 문제로 인해 와인 생산을 장려해왔다.

그 결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와인 생산은 통제가 어려울 만큼 늘어난 상태다.

유럽뿐만 아니다.

호주 미국에서도 수요를 초과한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와인산업 규모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80% 커졌고 시장도 매우 세분화됐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와인 생산지는 유럽이다.

반면 미국 호주 등 신대륙 생산자들은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았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제너릭 마케팅(generic marketing)을 효과적으로 구현했으며 품질 대비 가격을 낮췄다.

이 같은 전략으로 영국과 미국 시장의 와인 진열장에서 미국과 호주 와인은 유럽 와인을 밀어낼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와인시장에서 미국과 호주 와인은 큰 성장을 이뤄냈다.

이들은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 호주 리베리나(Riverina)와 미국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 등지에서 다량의 와인을 생산했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 와인들은 가격 할인을 해주는 와인의 대명사가 됐다.

이 때문에 다른 와인들이 피해를 봤다.

시장에서 중·고 가격을 유지해야 할 와인들까지 할인 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전통적인 와인 수요처인 유럽에서 와인 소비가 국민 1인당 연간 100ℓ에서 50ℓ로 크게 감소했다.

와인 소비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와인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호주 와인은 가격 할인 정책에 너무 의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저렴한 와인의 공급 과잉은 시장 규모를 일시적으로 키우는 데는 기여했지만 가격 하락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주는 지금도 벌크 와인(와인 병에 넣지 않은 와인) 상태로 와인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공급 과잉은 가격 할인폭을 크게 만들고 프로모션 비용도 많이 쓰도록 한다.

부대비가 과다하게 들면 와인 품질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고급 와인의 수요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가격 할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높은 가격으로 고급 와인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 와인업계가 이 같은 공급 과잉을 해소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 Corinne-Eo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