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의해 억류된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이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난 뒤 '한ㆍ미 정부가 군사작전을 배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던 것과 배치된다.

미 국무부 리처드 바우처 남ㆍ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2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하도록 모든 압력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며 "군사적 압력도 우리가 지닌 여러가지 수단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바우처 차관보는 "(미국은) 잠재적 군사적 압력을 포함한 각종 압력이 다각도로 효과를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인질과 죄수의 맞교환 요구는 수용할 수 없으며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을 통해 인질문제 해결을 시도하되,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작전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당장 군사작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탈레반에 대한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 설령 군사작전을 원하더라도 한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칠 수밖에 없어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리하게 작전을 강행했다가 인질들의 추가 희생이 발생할 경우 떠안을 정치 외교적 부담도 미 정부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은 일단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인질석방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군사작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길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생각하는 무력사용의 조건은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의 협상 실패와 인질의 추가살해 등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될 것 같다. 이쯤되면 한국 정부로서도 군사작전을 반대할 명분이 약해지는 데다 달리 마땅한 해결방안도 없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