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생산 라인이 정전으로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20시간 만에 반도체 생산라인의 전력 공급은 정상화됐지만 이번 정전으로 삼성전자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취재기자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한정연 기자! 먼저 사건 개요부터 정리해주시죠.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정전이 발생한 것은 3일 오후 2시 30분 경. 공장 내 변전소 배전반 변압기 차단기가 소실되면서 K2 지역에 전력이 끊겼고 이와 함께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된 것입니다. 기흥공장 K2 지역은 삼성전자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7, 8, 9, 14라인과 시스템LSI를 생산하는 6라인과 S라인 등 모두 6개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1983년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30%를 생산하고 있으며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준공 이후 이번 사태 전까지 단 한번도 생산 라인이 멈춘 적이 없습니다. 반도체 생산 라인이 정지할 경우 작업 환경의 변화로 초정밀 작업에 문제가 일어나 제작 중이던 제품의 상당량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반도체 생산라인은 1년 내내 섭씨 23도와 습도 45%의 환경을 유지해줘야 하며 오염 방지를 위한 클린룸 등의 시설을 가동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정전 사고 이후 바로 비상체제에 돌입했으며 하루만에 생산 라인은 정상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종문 삼성전자 과장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를 즉각 가동해 안전시설과 핵심시설은 정상을 유지했다. 기흥공장 K2 지역 하루 매출은 최대 250억원이며 전체 피해액은 500억원을 넘지 않을 것" 그러면 이제 반도체 생산 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인가요? 삼성전자는 4일 정오를 기해 K2 지역 전 라인의 완전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3일 밤 11시 20분부터 모든 라인에 전력이 공급되었으며 예상보다 빠르고 순조롭게 라인의 정상화가 진행됐다는 설명입니다. 먼저 14라인과 S라인은 4일 새벽 4시 30분부터 정상 생산에 들어갔고 9라인과 8라인은 4일 오전 8시, 7라인과 6라인은 정오부터 정상화가 가능해져 사건 발생 20여 시간만에 전체 라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흥공장 K2 지역의 하루 최대 매출액은 250억원이며 이에 따라 당초 전체 피해액 규모를 500억원으로 측정했습니다. 그러나 라인 정상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져 최종 피해액은 4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예상보다 크지 않은 규모인데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피해액이 이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삼성 측에서는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까지 직접 나서 "차질분까지도 순조롭게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반도체 생산은 초정밀 공정이 이뤄져야하는 미세한 작업인데다 이에 맞는 적정한 온도와 습도 등이 최적화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또 정전이라는 급격한 전압 변동이 생산 장비에 무리를 줬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전력 복구와 라인 가동 이후에도 불량품이 적게 나오는 적정 수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 "전원이 공급 안된 시간에 따라 웨이퍼를 살릴 수가 있거나 진행 중인 웨이퍼를 스크랩처리를 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순간정전이 아니라 시간이 길었다면 그때 당시 장비 안에 있던 웨이퍼는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반도체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일 정도인데요 3일 오전 반도체 첫 공정에 들어간 물량은 40일 뒤에야 나오기 때문에 정전 당일인 3일부터 앞으로 한달 열흘 동안 집계되는 물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정확한 피해 정도는 삼성전자만이 알겠지만 증권가에서는 피해규모가 최대 7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전적 손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이번 핵심 공장의 정전으로 인해 신뢰도에도 흠집을 입었습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전기 설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검사를 통과했지만 누전으로 정전 사태를 일으켰으며 정전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예비전력 장치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세계 최고의 반도체 업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 아닙니까?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텐데요? 당장 사고가 있었던 3일 세계 반도체 가격이 출렁였습니다. 반도체 중개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아시아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낸드플래시 8기가비트 제품 SLC와 MLC가 각각 6.3%와 7.4% 급등했으며 16기가비트 제품도 SLC와 MLC가 각각 0.8%와 2.9% 올랐습니다. 4기가비트의 경우에도 SLC 1.8%, MLC는 3.7%의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이번 정전이 세계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시장리서치기관인 아이서플라이를 인용한 미국의 EE타임스는 "수요대비 공급이 달렸던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라도 낸드플래시 공급 체인망에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D램 가격이 하락하자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늘려왔습니다. 올 2분기 이후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하자 삼성전자는 3분기 이후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자신해왔는데요 이번 사고로 3분기 실적에도 어느정도 타격을 입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하이닉스와 일본의 도시바 등 다른 낸드플래시 생산업체들의 경우 낸드플래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 사고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