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永洙 < 고려대 교수·헌법학 >

지난달 3일 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 대학들은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시행령이 입법예고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 법과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여 왔다.

기존의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養成)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내실 있는 법학교육 및 합리적인 법조인 양성을 위해 기존의 법학교육을 개선하고,나아가 사법연수원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공감을 얻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법학교육의 개혁이라는 원론에는 동의하면서도 미국식 로스쿨을 모델로 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우리의 실정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10년 전 김영삼 정부 당시 처음 시도됐던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이 무산됐던 경험도 있고,최근까지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촉박한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9월에야 법이 시행되고,시행령이 확정될 것인데,교육부에서는 내년 3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을 예비선정하고,후년 3월에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일정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일정이 이렇게 촉박하게 된 데에는 국회 탓이 크다.

작년 4월에 법학전문대학원법 통과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진 이후 오로지 사학법 재개정과의 연계를 이유로 1년여를 끌어옴으로써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준비작업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그 결과 법학전문대학원의 인가기준,학생선발의 구체적 방법,법학전문대학원의 교과과정 편성 등 수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불과 5~6개월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인가 기준이나 법학적성시험(LEET) 등에 관해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초안(草案)이 만들어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검토되고 검증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학생선발의 문제,교과과정의 문제는 대충 준비해서 일단 시행해보고,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면 고치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절대 아니다.

더구나 입법예고된 시행령에서 학교당 정원을 150명 이내에서 차등 배정한다는 것도 적지 않은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정원이 너무 적을 경우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 어려워져 법학전문대학원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학생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잘못된 법조인 양성으로 인해 일반국민들의 사법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개교(開校)를 고집하면서 촉박한 일정을 밀어붙이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거 김영삼 정부 당시의 실패를 거울삼아 법학전문대학원을 기정 사실화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일각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현 정부의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거나,임기 말 정부의 조급증일 수도 있다.

촉박한 시간에 쫓겨 서둘러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률이 제정된 이상 이제는 구체적인 조건을 좀더 가다듬어서 우리의 현실에 가장 잘 맞는 제도로 다듬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법학전문대학원으로 껍데기를 바꾼다고 해서 법학교육의 질이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학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어떻게 바꿈으로써 양질의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인지,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추가비용은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인지,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 입시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이러한 문제들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충분한 대책을 세우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