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드레스 자락이

조마조마 먼지를 끌고 간다

구두 안에 옹크린 발등도

조마조마 꼼지락거리겠다

신부,베트남 신부

먼지보다 더 작게 웃을락 말락

소름 돋은 팔이 가늘고 착잡하다

하얗게 펼쳐놓은 길,꿈길

슬쩍 당기면 헝클어질 광목 깔개가

문득,실크로드 같다

천년 전 사막을 횡단하던 대상들,

오늘 정장으로 모여 삼삼오오 술렁이는데

저 행진 끝이 나면

인연은 무엇을 흥정할 것인가

일생이 서로 건네고 받아야 할 교역이라는 듯

지금,꽉 끼는 구두 참으며 간다

불빛 아래 보송보송한 먼지,축가 날리는 속으로

인조 속눈썹 깜빡이며 어린 낙타는 간다-이규리 '결혼식' 전문



베트남 신부의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구두 안에 옹크린 발이 꼼지락거린다.

눈부신 조명 아래 축가가 울리지만 마음은 착잡하다.

행진이 끝나면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가난이 벗어질까.

멀고먼 고향의 기억이,목멘 그리움이 잊혀질 수 있을까.

이토록 낯선 인연이 이 땅 곳곳에서 맺어지고 있다.

모래바람 거센 실크로드처럼 가야할 길은 험하고 멀다.

흥정으로 시작된 사랑이지만 결국 행복을 건져내리라.결심하는 베트남 신부 발끝에 꽃다발이 날린다.

아련한 슬픔과 쓸쓸함도 함께 흩날린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