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형사소송의 하급심 판단을 뒤집는 파기환송 사건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상소를 막고 가급적 1심 선고형량을 유지하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대법원의 형사사건 처리 건수 6588건 가운데 원심 판단을 뒤집는 파기사건은 199건으로 3.0%의 파기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파기율 6.8%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올 상반기 대법원의 형사사건 처리 건수가 지난해 5812건보다 13.4%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고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법원은 지난 2월 '전국 형사항소심 재판장 간담회'를 열어 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양형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파기를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항소심 파기와 양형변경의 감소 추세가 뚜렷해졌고 이 같은 1심 형량 존중이 대법원의 상고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소심 파기율의 감소는 고등법원보다는 지방법원 합의부(지방법원 단독부가 1심)에서 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소심 재판장 간담회' 이후 2월21일부터 4개월간(6월22일까지) 고등법원의 항소심 사건 파기율은 43.4%로 지난해 상반기(1~6월) 52.5%에 비해 9.1%포인트 감소했으며 선고형량을 낮춰주는 양형변경비율은 30.1%로 전년 동기 38.4%에 비해 8.3%포인트 줄었다. 지방법원 합의부의 파기율은 같은 기간 48.7%에서 36.8%로 11.9%포인트 감소했고,양형변경율도 34.9%에서 26.2%로 8.7%포인트 줄었다. 항소를 해서 선고형량이 낮춰지는 경우는 고등법원이 10건에서 3건,지방법원 합의부는 2.6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돼 1심에서 사실심리와 양형선고가 충실히 이뤄짐에 따라 항소하는 비율도 낮아지고 항소했을 때 원심판결이 파기되는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항소하는 항소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55.3%에서 올 상반기 49.0%로 줄고 지방법원 단독부에서 합의부로 항소하는 비율도 25.7%에서 24.3%로 줄었다.

그러나 선진국인 미국(연방법원 항소율 10~19%) 영국(중죄사건 6~7%) 프랑스(경죄사건 6.2%) 일본(전체평균 10.6~11.8%) 등에 비하면 한국의 항소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