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서브프라임 사태로 주목받는 '신용파생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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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하다.
신용경색이 심화돼 기업 도산과 금융 부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로 인해 기업 파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인 신용파생상품(Credit Derivatives)과 그 시장이 집중 조명받고 있다.
문제는 신용파생상품 시장마저 널뛰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파산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파생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150% 급상승하다 7월31일에는 하루 만에 20%가량 폭락했다.
파산 증가 우려로 급등했던 지수가 신용파생상품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다시 급락한 것이다.
2002년 미국 엔론과 월드콤의 파산,2005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채권의 투기등급 강등 때 신용위험 분산에 큰 역할을 했던 신용파생상품이 혹독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두 배 이상 급성장하고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신용파생상품이 오히려 신용위기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손실폭이 커진 대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은 신용파생상품 시장에서 보험회사(Protection Seller)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을 믿고 발행됐던 고위험,고수익 채권들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할 위험이 충분한 상황이다.
신용파생상품은 기업이나 개인이 파산할 경우 투자원금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지급보증 개념과도 비슷하다.
A은행이 B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했다고 하자.A은행은 B기업이 파산하면 투자원금을 상당 부분 날리게 된다.
A은행은 가능하면 이 같은 신용위험을 피하려 하지만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헤지펀드엔 짭짤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A은행은 C펀드에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B기업이 파산할 경우 원금을 C펀드로부터 대신 받는다는 계약을 한다.
이런 전형적인 신용파생상품을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이하 CDS)라 한다.
이때 은행은 신용을 매입한 측(Protection Buyer)이 되며 펀드는 신용을 보증한 측(Protection Seller)가 된다.
개인 대출도 마찬가지다.
A은행이 B에게 연 6% 금리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실시했다고 하자.은행은 연 6%의 금리 수입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지만 B가 파산하면 원금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이런 위험을 없애기 위해 A은행은 B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CDS를 발행할 수 있다.
CDS 외에 △지수연계부도스와프 △합성CDO(Synthetic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개의 개별 CDS로 지수를 만들면 여기에서 지수연계부도스와프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여러 신용위험 거래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독립적인 기관이 지수를 관리함으로써 거래의 투명성도 높아진다.
2004년 이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태동한 것은 1990년대 중반.투자은행들이 신흥 경제국의 신용위험을 다른 투자기관으로 이전하려는 목적에서 신용파생상품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존 채권 시장이나 단기금리 시장보다 더 효과적으로 신용위험을 거래할 수 있어서다.
이후 일어난 일련의 신용 부실 사건들(아시아 금융위기,미국 엔론과 월드콤 파산 등)은 금융기관들에 신용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엔론의 신용위험에 연계된 신용파생상품 처리가 엔론 회사채보다 원만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새로운 파생상품에 대한 의구심도 많이 불식됐다.
또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초과 수익에 목말라하는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가 신용파생상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폭발적 성장세로 이어졌다.
작년 가을 발표된 영국은행협회(BB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신용파생상품 시장은 20조달러를 돌파했다.
2008년에는 3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13조달러는 작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액수다.
이런 성장세에 자극받아 전 세계 파생상품 시장은 작년 전반기에만 24% 성장하며 370조달러에 달했다.
원래 신용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신용파생상품이 새로운 금융 불안의 뇌관이 된 것은 이 또한 헤지펀드들이기 때문이다.
신용파생상품 시장은 전통적으로 주요 투자은행들이 흐름을 주도해왔다.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 20곳 정도가 시장 조성,지수 개발과 유지관리,전자거래시스템 개발을 맡아 딜러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가 적극 뛰어들면서 '고수익·고위험' 경향이 한층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파생상품 시장에서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10%가 채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30%로 확대됐다.
헤지펀드는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다른 금융기관이 떠안기 꺼려하는 고위험 상품에 과감히 투자,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투기등급인 BB 이하의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금융시장이 극히 불안해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신용파생상품은 또 현물 채권에 기초할 필요가 없어 과도한 레버리지(차입)가 발생하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리스크 분산이 효과적인 상품인 덕분에 역설적이게도 어디에서 그 위험이 커지고 있는지 감독당국조 차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유럽에선 현물 채권 시장보다 훨씬 커져버린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사소한 신용 사건에도 큰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싹트고 있다.
복잡한 계약 절차에 비해 거래량이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후선 부서에는 신용상품 계약서가 최종 완료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신용 사건이 발생하면 처리가 끝나지 않은 거래를 과연 유효하다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적잖게 지적되자 각국 금융감독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국제장외파생협회(ISDA) 연례 회의가 열린 미국 보스턴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영국 금융감독청(FSA),유럽중앙은행(ECB) 등이 파생 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불투명성이 잠재적 위험이 되고 있어 투명성의 제고와 더욱 엄격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용파생상품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하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이 문제시됐지만 영국 시장에서는 지난 상반기 신용연계 구조화 채권인 자산담보부증권(CDO)의 발행과 투자가 오히려 증가했다.
미 뉴욕연방은행은 지난 3월 신용파생상품의 활성화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엔론과 월드콤이 파산할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막대한 차입을 한 통신산업의 거품 붕괴가 금융 시장 붕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신용파생상품을 통해 신용위험이 잘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남길남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통계학박사) namgn@ksri.com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글로벌 증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하다.
신용경색이 심화돼 기업 도산과 금융 부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로 인해 기업 파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인 신용파생상품(Credit Derivatives)과 그 시장이 집중 조명받고 있다.
문제는 신용파생상품 시장마저 널뛰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파산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파생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150% 급상승하다 7월31일에는 하루 만에 20%가량 폭락했다.
파산 증가 우려로 급등했던 지수가 신용파생상품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다시 급락한 것이다.
2002년 미국 엔론과 월드콤의 파산,2005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채권의 투기등급 강등 때 신용위험 분산에 큰 역할을 했던 신용파생상품이 혹독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두 배 이상 급성장하고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신용파생상품이 오히려 신용위기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손실폭이 커진 대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은 신용파생상품 시장에서 보험회사(Protection Seller)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을 믿고 발행됐던 고위험,고수익 채권들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할 위험이 충분한 상황이다.
신용파생상품은 기업이나 개인이 파산할 경우 투자원금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지급보증 개념과도 비슷하다.
A은행이 B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했다고 하자.A은행은 B기업이 파산하면 투자원금을 상당 부분 날리게 된다.
A은행은 가능하면 이 같은 신용위험을 피하려 하지만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헤지펀드엔 짭짤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A은행은 C펀드에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B기업이 파산할 경우 원금을 C펀드로부터 대신 받는다는 계약을 한다.
이런 전형적인 신용파생상품을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이하 CDS)라 한다.
이때 은행은 신용을 매입한 측(Protection Buyer)이 되며 펀드는 신용을 보증한 측(Protection Seller)가 된다.
개인 대출도 마찬가지다.
A은행이 B에게 연 6% 금리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실시했다고 하자.은행은 연 6%의 금리 수입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지만 B가 파산하면 원금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이런 위험을 없애기 위해 A은행은 B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CDS를 발행할 수 있다.
CDS 외에 △지수연계부도스와프 △합성CDO(Synthetic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개의 개별 CDS로 지수를 만들면 여기에서 지수연계부도스와프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여러 신용위험 거래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독립적인 기관이 지수를 관리함으로써 거래의 투명성도 높아진다.
2004년 이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태동한 것은 1990년대 중반.투자은행들이 신흥 경제국의 신용위험을 다른 투자기관으로 이전하려는 목적에서 신용파생상품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존 채권 시장이나 단기금리 시장보다 더 효과적으로 신용위험을 거래할 수 있어서다.
이후 일어난 일련의 신용 부실 사건들(아시아 금융위기,미국 엔론과 월드콤 파산 등)은 금융기관들에 신용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엔론의 신용위험에 연계된 신용파생상품 처리가 엔론 회사채보다 원만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새로운 파생상품에 대한 의구심도 많이 불식됐다.
또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초과 수익에 목말라하는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가 신용파생상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폭발적 성장세로 이어졌다.
작년 가을 발표된 영국은행협회(BB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신용파생상품 시장은 20조달러를 돌파했다.
2008년에는 3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13조달러는 작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액수다.
이런 성장세에 자극받아 전 세계 파생상품 시장은 작년 전반기에만 24% 성장하며 370조달러에 달했다.
원래 신용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신용파생상품이 새로운 금융 불안의 뇌관이 된 것은 이 또한 헤지펀드들이기 때문이다.
신용파생상품 시장은 전통적으로 주요 투자은행들이 흐름을 주도해왔다.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 20곳 정도가 시장 조성,지수 개발과 유지관리,전자거래시스템 개발을 맡아 딜러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가 적극 뛰어들면서 '고수익·고위험' 경향이 한층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파생상품 시장에서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10%가 채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30%로 확대됐다.
헤지펀드는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다른 금융기관이 떠안기 꺼려하는 고위험 상품에 과감히 투자,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투기등급인 BB 이하의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금융시장이 극히 불안해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신용파생상품은 또 현물 채권에 기초할 필요가 없어 과도한 레버리지(차입)가 발생하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리스크 분산이 효과적인 상품인 덕분에 역설적이게도 어디에서 그 위험이 커지고 있는지 감독당국조 차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유럽에선 현물 채권 시장보다 훨씬 커져버린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사소한 신용 사건에도 큰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싹트고 있다.
복잡한 계약 절차에 비해 거래량이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후선 부서에는 신용상품 계약서가 최종 완료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신용 사건이 발생하면 처리가 끝나지 않은 거래를 과연 유효하다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적잖게 지적되자 각국 금융감독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국제장외파생협회(ISDA) 연례 회의가 열린 미국 보스턴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영국 금융감독청(FSA),유럽중앙은행(ECB) 등이 파생 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불투명성이 잠재적 위험이 되고 있어 투명성의 제고와 더욱 엄격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용파생상품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하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이 문제시됐지만 영국 시장에서는 지난 상반기 신용연계 구조화 채권인 자산담보부증권(CDO)의 발행과 투자가 오히려 증가했다.
미 뉴욕연방은행은 지난 3월 신용파생상품의 활성화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엔론과 월드콤이 파산할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막대한 차입을 한 통신산업의 거품 붕괴가 금융 시장 붕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신용파생상품을 통해 신용위험이 잘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남길남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통계학박사) namgn@ksri.com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