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이며 (일 처리) 속도가 빠릅니다. 한국의 좋은 파트너들과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함께 뛰고 싶습니다."

최근 능률협회가 제주에서 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한 스티브 버타미니 GE 동북아시아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환경 및 청정 에너지 분야 등에서 한국 기업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버타미니 회장은 "현재 현대캐피탈 삼성물산과 각각 소비자 금융 및 물류보안 분야에서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GE가 가치있게 느끼는 덕목인 '혁신'과 '빠른 속도'를 한국 기업들이 갖추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GE가 관심을 갖고 있는 환경사업 및 청정 에너지 분야 등에서 한국 기업이 파트너십을 제안한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현대캐피탈 삼성물산과 그랬듯이) 성과가 좋으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공동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버타미니 회장은 "일단 GE의 한국 내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뛰어난 유통망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춰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 대기업들은 GE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GE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선 △금융 △헬스케어 △보안 △깨끗한 물 △풍력 및 태양력 발전 △청정석탄 개발 등을 꼽았다.

인구 고령화와 지구 온난화,저개발국의 산업화 등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고려하면 이들 분야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버타미니 회장은 GE가 다른 기업보다 빨리 신성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이유를 GE 특유의 기업 문화로 돌렸다.

임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덕분에 GE는 최근 2년여간 연평균 8%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거뒀다.

이는 매년 '나이키'만한 회사를 하나씩 만든 셈이라는 게 GE의 설명이다.

그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화두로 던진 '창조 경영'에 대해 "삼성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라며 "창조경영이 가능하려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아이디어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타미니 회장은 "GE의 창조 능력은 본사가 아닌 전 세계에 산재한 임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며 "GE는 이를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낸 임직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동시에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한 예산과 인원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낸 임직원에게는 즉석에서 5000달러를 지급하거나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한다"며 "성과를 못 냈더라도 일하는 방식이 옳았다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다.

독일 뮌헨 태생인 버타미니 회장은 1986년 GE캐피털에 입사한 뒤 2005년 GE 중국 회장을 거쳐 올 2월 중국과 한국 홍콩 등을 관장하는 GE 동북아시아(상하이 주재) 회장으로 승진한 GE의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