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서 비롯된 신용경색 우려감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는가 하면 한계선상의 기업들도 부도 상황에 내몰리는 등 파문이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지난 1일과 2일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상승할 때까지만 해도 신용경색 우려감이 어느 정도 진정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웬걸.지난 3일 뉴욕증시는 급락세로 마무리돼 신용 경색이 여전히 살아있는 악재임을 증명했다.

특히 3일엔 신용평가사인 S&P가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대형 투자은행까지 신용경색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는 우려를 심화시켰다.

아울러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의 얼라이언스 부츠 인수를 위한 20억달러 규모의 대출채권 발행이 취소됨으로써 기업들의 자금조달 차질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비관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어스턴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샘 몰리나리는 지난 3일 "신용 시장에 다가올 폭풍에 대비할 만큼 충분한 돈을 보유하고 있다"며 "신용 시장이 1985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베어스턴스가 위기를 극복해 나갈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신용 시장에 다가올 폭풍'에 주목했다.

몰리나리의 발언이 전해진 이후 베어스턴스 등 금융주는 물론 전체 주가는 급락했다.

주말을 지나면서도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베어스턴스는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워런 스펙터 사장 겸 최고 운영책임자(COO)를 경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자자들이 위험채권 인수를 기피함에 따라 한계선상에 놓인 기업들이 무더기로 부도를 내 지난해 1.57%로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던 부도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UBS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비안코는 "서브프라임 파문 여파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신용 경색 조짐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경제지표마저 썩 좋지 않아 파장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은 FRB에 쏠리고 있다.

FRB가 경기 회복 둔화를 인정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거나 신용경색 조짐을 해소하기 위한 개입에 나설 경우 불안감은 상당 부분 진정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FRB는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 예정이다.

물론 기준금리를 현행(연 5.25%)대로 동결할 게 확실하다.

그렇지만 회의 후 내놓을 '통화정책 발표문'에서 "서브프라임 파문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기존의 시각을 약간만 변경해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져 불안심리 진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