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0일부터 외국환은행의 외화대출을 해외에서 실제 사용할 자금과 국내 제조업 시설자금용으로 엄격히 제한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기업 운전자금용 외화대출이 앞으로 사실상 원천봉쇄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은(韓銀)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환율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과도하게 풀린 시중유동성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는 은행의 대출운용이나 기업자금 조달원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원론적으론 옳은 처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특히 최근 원화가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가 하면 수출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해 원화 가치의 상승 억제는 보통 시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통화당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과도한 유동성은 주택과 토지 가격을 급등시킨 데 이어 최근엔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며 증시과열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운전자금 용도로 풀린 외화대출 중에서도 상당액이 이런 곳에 편법 투입됐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한은의 이번 조치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이 같은 조치가 금융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볼 일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규모에 비해 보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당국도 외화대출 축소와 유동성 줄이기를 위한 추가적 조치들을 배제하지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은 지점이 해외본점에서 들여오는 차입금(借入金)에 대해 손비인정 한도를 대폭 축소시킨 것과 같은 조치들이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는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파문이 확산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조기에 안정을 되찾지 못할 경우 신용경색 현상으로 귀결(歸結)될 공산이 크고 자칫 잘못되면 세계경기에까지 충격을 몰고올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 또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간신히 회복 무드에 올라선 국내경기가 급락세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유동성 조이기에만 매달리기보다 세계금융과 경기 상황을 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