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관리지역을 개발 가능한 곳과 보전해야 할 곳으로 분리하는 '관리지역 세분화'가 지지부진하다.

전체 146개 지방자치단체(시·군) 가운데 대전 대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획·생산·보전지역 등으로 구분하는 관리지역 세분화 작업이 내년 상반기에나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주택 개발사업과 공장 및 물류창고 신·증설 등을 계획하고 있는 민간업체들의 사업 차질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업은 관리지역 세분화가 끝나야 건축 등의 규제가 풀려 인·허가 등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분화작업 현황

5일 건설교통부 및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관리지역 세분화 절차를 마친 지자체는 지난달에 작업을 끝낸 포천 파주 양주 등을 포함,대구 대전 울산 고양 등 7곳에 불과하다.

당초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 인접한 48개 시·군은 2005년 말까지 세분화 작업을 마치도록 했던 일정에 비하면 한참 뒤처지는 것이다.

나머지 98개 시·군은 올해 말까지 절차를 마치도록 돼있지만,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이는 세분화 결과에 따라 개발·보전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토지소유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지자체도 주민 반발을 의식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을 가능한 한 억제하려는 농림부 환경부 산림청 등과의 협의가 여의치 않은 것도 또다른 이유다.

수도권에서는 특히 북부권에 비해 개발 수요가 많은 남부권의 진척이 더디다.

용인 광주 등은 관리지역 세분화 절차의 첫 단계인 주민공람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도시관리계획안(관리지역 세분화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끝내고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 등을 밟고 있는 김포시는 산림청과의 이견으로 세분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민간택지 공급 지연 불가피

이처럼 관리지역 세분화 작업이 지연됨에 따라 민간택지 공급도 그만큼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작년 11·15 부동산대책을 통해 민간택지를 늘리기 위해 관리지역 중 개발행위가 손쉬운 계획관리지역의 용적률을 50%포인트 올린 200%까지 허용,이를 제2종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건교부는 올 상반기에 전국의 관리지역 세분화 작업이 끝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현재로선 이 방안은 사실상 헛말이 돼버렸다.

건설업체 외에도 공장을 신·증설하거나 물류창고를 개발하려는 업체들의 고충도 심각하다.

물류창고 개발 전문업체인 해밀건설 김진환 부사장은 "땅만 사놓고 인·허가를 낼 수 없어 이자만 내고 있는 업체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건교부는 지자체 압박 가속화

사정이 이쯤 되자 주무 부서인 건교부도 다급해진 상태다.

건교부는 지난 4월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연말까지 관리지역 세분화 절차를 마치지 않으면 모든 관리지역을 개발하기 어려운 보전관리지역으로 묶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세분화 절차를 마치지 않는 지자체에 다양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어서 조만간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세분화 작업이 끝나더라도 택지 매입,제2종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사업이 가시화되려면 적어도 1~2년 이상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 용어풀이 >

관리지역 세분화=난개발 방지를 위해 묶어 놓은 관리지역(옛 준농림지)을 계획·생산·보전지역 등 3가지 용도로 구분하는 작업.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되면 건축규제가 완화돼 주택사업,공장·창고건립 등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