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76ㆍ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마케팅 학자의 대명사다.

2002년 미국 마케팅협회로부터 '마케팅 분야 1인자'로 뽑혔고,다음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명'에 꼽혔다.

저서 '마케팅 관리론'은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역대 최고 경영서 50'에 포함됐다.

'마케팅 관리론'과 '미래형 마케팅'은 국내 마케팅 전공(담당)자들에게도 교과서다.

그런 그가 신한은행 주최 강연회에서 마케팅이란 '편의와 가치를 파는 과학이자 예술'이라며 "고객의 입소문보다 더 좋은 광고는 없다.

기업은 모든 행동에 고객서비스라는 철학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명확한 포지셔닝,강력한 브랜드 구축,웹페이지 활용성 제고'와 함께 'CRM시스템을 통한 고객중심 체계 정립,고객 위주의 특화된 서비스'는 코틀러 마케팅론의 핵심이다.

그는 마케팅이란 원래 '우리 사업은 뭔가,고객은 누구인가,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는,우리 사업의 미래는,우리의 미래는 어때야 하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디지털 혁명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기반 자체가 '자산·투입물·제공물·유통·고객'의 순에서 '고객·유통·제공물·투입물·자산'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대에 따라 소비자 주권이 날로 증대되는 만큼 기업은 상품 중심에서 탈피,시장 및 고객중심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책에서 기업의 사회 공헌을 강조했다.

코틀러의 주장과 조언은 어떻게 보면 극히 원론적이다.

성공적인 마케팅은 고객을 중시하고 종업원을 대우하며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간과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그것이다.

마케팅을 일종의 포장술로 여기는 이들에게 코틀러의 조언은 '이상론'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다국적기업 컨설턴트 경험을 바탕으로 "진취적 기업은 전체 부서를 '고객 주도적'까진 아니라도 '고객 중심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전한다.

진심어린 마케팅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유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