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나라인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가 최근 이주 노동자들의 중요성을 인식,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6일 "두바이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이주 노동자들의 복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전체 민간 노동력의 99%를 이들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를 비롯해 하루가 다르게 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매일같이 도시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이 같은 아랍에미리트의 엄청난 건설 붐.하지만 그 속에 12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건설 노동자들의 힘이 있었다는 것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 전체 인구 약 530만명 가운데 450만여명은 외국인 노동자다.

은행 창구에서부터 이발소까지 그 어느 곳에도 외국인 노동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상당수의 외국인 건설 노동자들은 군대 막사와 같은 곳에서 집단 기거하며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취업을 조건으로 1년치 봉급에 해당하는 돈을 업주에게 미리 지불하는 사례도 있다.

위험한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도 자주 당한다.

그나마 자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두세 배 많은 월급을 받는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하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지난해 초 이들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인 것도 이 같은 문제점 때문이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뒤늦게 이들의 고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국가 경제에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아랍에미리트의 노동부 장관인 알리 빈 압둘라 알 카비는 먼저 여름 시즌엔 낮 12시30분부터 3시까지 일광 휴식 시간을 주도록 각 사업장에 지시했다.

건강보험 혜택도 늘리고 임금을 체불한 회사는 벌금 등을 물리며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카비 장관은 "외국인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은 문제지만 그만큼 경제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의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부분 정부 방침을 잘 따라주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