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면서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최근 5일 동안 1조3984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됐다.

하루 평균 3000억원에 달한다.

불안해진 투자심리로 인해 선물가격이 과도하게 추락하자 인덱스펀드들이 보유 중인 현물(주식)을 팔고 대신 싼 선물을 사들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싼 값에 매수한 선물은 나중에 다시 현물로 교환(스위칭)돼 안전하게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프로그램 매물 폭탄

차익거래가 급증하면서 지난 주말(3일) 주식 매도차익거래 잔액은 2조898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지난해의 2조4686억원(7월18일)을 이달 1일 돌파한 뒤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이다.

6일에도 2000억원에 육박한 차익거래가 이뤄져 매도차익거래 잔액은 처음으로 3조원대로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차익거래를 통한 이 같은 프로그램 매물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일 77포인트 급락 시 차익매도 물량은 7354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지난달 27일 80포인트 추락 시에도 3477억원의 대량 차익매물이 나왔다.

차익매물 출회의 주역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인덱스펀드들이다.

코스피지수의 등락을 잘 좇아가는 게 목적인 인덱스펀드들은 증시가 급락하자 보유 중인 현물을 팔고 대신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미래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시장에 반영되며 선물가격이 이론가격을 밑돌 정도로 싸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왜곡된 선물가격은 나중에 정상으로 되돌아오게 마련인데 인덱스펀드는 이때 다시 선물을 현물로 교체하며 안전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추가 매물 출회 여력은 적다"

하지만 대량으로 출회되고 있는 차익거래 매물도 이제 막바지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조원으로 추정되는 인덱스펀드 중 이미 2조7000억원가량이 보유 중인 현물을 선물로 교환해 남은 물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다.

이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덱스펀드의 현물 보유 규모는 30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차익매물 추가 출회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도 "시장중립형 펀드나 인덱스펀드들의 현물 편입 비율이 낮아진 반면 자금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향후 프로그램 거래는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매도차익거래자는 나중에 현물을 사고 선물을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매매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1일부터 베이시스(현물가격과 선물가격 간 차이)가 마이너스 상태인 백워데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현재로선 반대매매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1.0 이상이던 베이시스는 6일엔 평균 -0.75까지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베이시스가 0.7~0.8로 회복돼야 매수차익거래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