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元喆 < 연세대 교수·수공학 >

자연을 정복하겠다고 겁 없이 행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모르는 것이 죄였을까? '하나님 감사합니다.

태풍도 주시고,장마도 주시고,홍수도 주시고,가뭄도 주시고,좋은 날씨도 주시고,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변화를 주시고….'이러한 자연현상의 순기능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재해(災害)의 계절이다.

제발 겁낼 줄 알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전문가다.

개인의 정리되지 않은 막연한 경험을 근거로 겁내지 않음이 문제다.

일본인들과 비교할 때 일본인들은 재해를 겁내어 피할 줄 안다.

평시에 방재(防災)를 위한 기술들이 공개돼 숙지돼 있다.

"우리 동네의 어디어디에 이러한 취약점이 있으니 이러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어디로 대피하시오.그러면 물과 음식과 담요와 손전등과 대피소가…등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이러한 안내를 동네의 관리들은 필수적으로 새로 이사 온 주민에게 전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절차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러한 절차를 구한다면? 듣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큰둥하다.

"이 동네에 살려고 왔는데 기분 나쁜 소리만 하는구려…"하는 식이다.

재해관리는 매뉴얼대로 안 된다.

현장의 상황들이 간단한 것이 아니다.

지구열균형의 재편과정을 포함한 지구환경의 변화와 사회구조의 급변화가 가져오는 다양한 재해를 시민 모두는 반드시 생각해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

막연한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재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럴 때,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시민 개인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은 자기문제를 자기가 책임지는 자세로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누가 나를 구해주리라 생각하지 말자.그들도 자신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풍은 강풍과 호우,그리고 해수면의 상승에 따른 높은 파도가 문제된다.

홍수 때는 특히 제방의 선단(先端)에 서지 않는 '겁냄'이 필요하다.

산사태와 제방 유실은 사전 징후가 반드시 있게 되어 있다.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낙뢰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것들을 왜 실천하지 않는가? 폭우 중의 낚시,우중에 봉우리 위에서 키 재기,모두가 낙뢰를 자초하는 일이다.

재해는 현장의 문제이지 사무실의 문제가 아니다.

사무실에서 재해를 관리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재해관리 정보시스템은 재해정보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정보기술(IT) 전문인들의 책임을 따질 겨를이 없다.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계자료를 구하는 것이 재해관리 정보시스템이 아니다.

재해에 직면할 우리사회의 취약성을 밝히고,그 위험성을 평가한 후 준비해 정비하고,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재해에 대응해 그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하고,그래도 안 되면 줄이고 완화시키고…,그래도 상처로 남는 피해와 손실은 응급복구한 후 시간을 두고 개량복구해 이른 시간 내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다음의 재해에 대응하는 절차일 것이다.

재해관리는 이러한 기본적인 절차를 차례로 수행하는 것이다.

절차를 지키자.특히 관리기관의 정비가 필요하다.

국가관리의 중요한 목표로 시민들의 방재안전이 확립돼야 한다.

우리의 헌법34조 6항에 규정돼 있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국가기관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소방방재청으로는 역부족이다.

방재안전관리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의 공공자산을 보호하며 기반시설의 안전성과 사용의 편리성 증진을 통한 국가안보와 시민의 생명·복지의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과 지역,그리고 국가관리의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재해관리의 최종 목표는 안전 확보에 있다.

모든 시설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민 개인의 노력과 각급 관리기관의 노력이 함께할 때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체도 마찬가지다.

사업장은 물론 사원들의 안전확보와 편리성을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업지속성 유지 프로그램을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기업의 경쟁력을 증진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확립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