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 18건 출원...8건만 등록

출연硏 ‥ 165건 출원...144건 성과

수도권에 위치한 A대학은 정부 예산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연구과제를 수행해 2004년 총 2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3년 정도가 지난 현재 단 한 건의 특허도 등록하지 못했다.

보통 특허 출원에서 등록까지 최대 20개월 정도(2004년 기준)가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A대학이 출원한 특허 22건 모두가 '특허 등록 불가' 판정을 받은 셈이다.

반면 정부 출연 연구소인 B연구소는 2004년 전기·전자 분야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30건의 특허를 출원해 현재 27건을 등록했다.

특허 출원 건수 대비 등록률로 따지면 A대학은 0%,B연구소는 90%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대학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허청은 국내 대학 및 공공 연구소의 특허관리 역량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대학들의 연구개발(R&D) 과제 100건당 특허 출원 건수는 18건(2006년 기준)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특허로 등록된 건수는 8건에 불과했다.

100건 중 82건은 특허 출원조차 이뤄지지 못했으며,출원한 18건조차도 10건은 특허를 획득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반면 공공 연구소의 경우 100건의 R&D 과제를 수행하면 총 165건의 특허를 출원해 이 중 144건이 특허를 획득했다.

R&D 과제 1건당 1개 이상의 특허가 나왔다는 얘기다.

연구소들의 이 같은 특허 등록 건수는 대학의 18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학은 연구비 10억원당 특허 등록 건수 면에서도 1.38건으로 연구소(2.75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허청 관계자는 "대학은 기초연구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공공연구소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출원율보다 등록률에서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대학에서 출원한 특허의 질적 수준이 연구소에 비해 떨어진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특허 등록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특허관리 역량이 연구소에 비해 취약한 게 주 원인 중 하나라고 특허청은 분석했다.

조사 대상 대학의 특허관리 인력은 평균 9.3명으로 연구소(14.6명)보다 적었으며,연간 특허관리 예산도 평균 7억3000만원으로 연구소(31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또 조사 대상 대학 중 특허분석 및 평가 관련 규정을 갖추고 있는 곳은 14.3%로 연구소(37.5%)보다 적었다.

이번 조사는 특허청의 의뢰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5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1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한 대학과 연구소 중 상위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