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을 살해하고 21명을 억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여성 인질을 먼저 석방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을 또 내놨다.

탈레반이 동료 죄수와 1대1 맞교환을 요구하고 아프간 정부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는 '교착 상황'은 여전하지만 탈레반이 적어도 여성들에 대해서는 하루 빨리 내보내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로서는 좋은 신호다.

탈레반이 여성 인질을 풀기 위해 명분을 찾고 있다는 징후도 있다.



◆탈레반,"여자끼리 맞교환하자"

자칭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7일 "지도부가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며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협조하다 수감된 여성들을 풀어주면 같은 수의 한국인 여성 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아마디는 "수감 중인 여성들은 단순 협조자일 뿐 탈레반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인질 21명 중 여자가 16명에 달한다.

연합뉴스는 현지 언론인의 말을 인용,납치세력이 여성 인질들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를 인질로 잡아 이슬람 율법과 현지 전통을 거슬렀다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계속 거세지는 것도 납치범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연성 보여야 협상 가능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상황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탈레반이 인질 석방 대가와 관련,접점이 찾아질 정도의 유연성을 보이면 직접 나서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아직은 관망 상태다.

탈레반이 "탈레반 죄수를 풀어 맞교환에 응하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협상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이 역시 수용 가능한 제안이 아니다.

탈레반에 단순 협조한 여성 수감자든 남성 탈레반 전사이든 아프간 정부는 '석방 불가'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5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인질을 잡고 있는 탈레반에 어떤 양보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9일 부족지도자 회의 결과 주목

"한국인들이 부주의한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을 뿐 아니라 NATO의 대(對)탈레반 전쟁과 아프간 재건 사업에 투입된 외국인들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아마드 샤 마수드 아프간 전 국방장관의 보좌관인 하룬 미르가 7일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실제로 인질 사태가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관련국들은 저마다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우리 정부는 탈레반 납치 세력이 몸값으로 명분을 챙기고 여성들을 풀어주도록 이슬람 사회에서 압박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을 몰아가고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남성 인질 문제는 더 높은 산이다.

9일부터 사흘간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각 부족 지도자 회의인 '지르가'가 미·아프간 정상회담에 이은 또 한차례의 작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