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K㈜(현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에 석유제품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 526억원을 부과했다.

검찰에 고발조치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휘발유 등유 등에 대한 담합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다만 경유에 대해서는 에쓰오일을 제외한 3개 회사에 벌금 1억~1억5000만원에 약식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정유사들은 이를 근거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지나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공정위는 지난 6일 제주지역 기름값 담합 '재조사'로 응수했다.

#장면 2.경제의 혈맥으로 불리는 금융은 정책 당국자들이 항상 주시하는 곳이다.

규제가 많고 조금만 이상해도 온갖 대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행정지도가 빈번하고 공공성이 강한 금융과 같은 분야에서도 공정위는 담합 판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은행들은 수수료 담합 혐의로 현재 조사를 받고 있으며,손해보험사들은 일반 보험료율을 담합한 혐의로 5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감원이 큰 틀에서 보험료율 결정에 개입해 왔는데 억울하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기업들은 피곤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무한 경쟁 시대에 공정위의 과징금 남발과 이에 대한 불복 송사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공정위 출신 관료'를 찾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형 법률회사에서는 공정위 출신 관료가 '영입 1순위'다.

'공정위 리스크'가 기업들의 경계 1순위로 떠오른 부산물로 이들에 대한 컨설팅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다.

일부 정부 부처와 기관들 사이에서도 공정위는 '골칫거리'다.

은행 보험 통신 인터넷포털 방송 정유 석유화학 등 각각의 업종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당국이 있는데도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업무 조정을 하자고 나서는데도 공정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용덕 신임 금감위원장이 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정위와 업무 영역 중복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 양해각서(MOU)라도 체결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산자부와도 마찬가지다.

석유화학 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에 대한 인수·합병(M&A) 심사 때 특례를 적용해 달라는 산자부의 요청을 "국제 경쟁력 강화가 M&A를 특별히 허용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공정위는 그러면서도 몸집 불리기에는 혈안이 돼 있다.

지난해 재정경제부와의 갈등 끝에 한국소비자원을 산하기관으로 편입시킨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법 개정을 통해 '공정거래조정원'을 신설했다.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는 공정위가 규제와 감독의 집중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