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배경은 무엇일까.

북한은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북남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조선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나가는 것"이라고 의의를 정리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한 배경엔 최근 호전되고 있는 북·미 관계가 큰 요소가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우호적인 북·미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포괄적 방안'을 축으로 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유연하게 변화했다.

이번에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나,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등에 북한이 고무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는 1990년대 중반 시작된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기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이번에는 북한의 개발 지원에 주안점을 둘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 7일 판문점에서 열린 6자회담 에너지·경제지원 실무그룹회의에서 외부의 투자를 이끌어내 장기 개발프로젝트를 세우는 데 관심을 보인 데서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은 남측의 경제협력을 통한 개발 지원을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갖고 있는 현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남한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