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을 불과 넉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개최되면서 회담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단 대북 화해정책을 추구해온 여권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역대 사례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북풍이 화해협력에 따른 '따뜻한 바람'이든,무력도발에 의한 '찬바람'이든 보수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나 이채롭다.

선거를 앞두고 따뜻한 바람이 분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선거를 사흘 앞둔 4월10일에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이 발표되면서 당시 김대중 정부의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결과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한나라당이 133석을 얻어 원내 1당을 차지한 반면,여당이던 민주당은 경합지역에서 근소한 표차로 패하면서 115석을 얻는 데 그친 것.

차가운 바람에 의한 결과는 더욱 명확하다.

앞서 1996년 15대 총선은 북한이 4월5일부터 7일까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중무장 병력을 투입한 지 나흘 후에 치러졌다.

결과는 여당의 압승.4파전으로 벌어진 선거에서 신한국당은 139석을 차지했고,국민회의 76석,자민련 50석,민주당은 15석을 얻는 데 그쳤다.

북풍의 이 같은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수층의 결집력에서 원인을 찾는다.

북한과 관련된 돌발 변수가 생길 때마다 결집된 보수층과 영남권이 투표소로 나온 데 반해 젊은층이 많은 진보 쪽에서는 투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한 전문가는 "대통령선거를 수개월 앞둔 상황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비쳐질 경우 참여정부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진보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의 경우 보수와 진보 간 노선 경쟁이 한층 첨예해지고 투표율도 올라간다는 점에서 북풍이 불었던 이전 두 번의 총선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