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지난 7월 초 선보인 '와인 정기예금'. '세련된 감각을 소유한 시니어(WINE:Well Integrated New Elder)'란 신조어로 포장된 이 상품은 주식 열풍 속에서도 발매 1개월 만에 1조원어치 이상 팔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시 판매하는 고금리 특판상품이 아닌 일반 정기예금으로는 최고 실적"이라고 말했다.

와인예금의 인기 배경은 뭘까? 베이비 붐 세대,즉 시니어 계층의 주된 관심이 건강하고 멋진 은퇴생활이란 점에 착안해 '웰빙 우대금리'를 제공한 것이 적중한 덕분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건강검진표를 제출하면 0.2%의 금리를 더 얹어주고 365일 건강상담이 가능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부와 건강을 동시에 챙겨준다는 이미지가 베이비 부머들에게 어필했다"고 분석했다.

시니어 금융상품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 기성세대와는 달리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액티브 시니어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들의 지갑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니어 금융상품은 은퇴자금과 건강,그리고 품위를 함께 어우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무료 건강검진 및 건강보험은 이제 기본이며 '예금+연금'의 퓨전상품도 등장했다.

농협이 지난 5월 초 선보인 '브라보 백년예금'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45세 이상 고객에게 최고 연 5.65%의 고금리와 무료 보험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만기에 돈을 한꺼번에 타지 않고 최장 5년까지 매달 연금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시니어 계층의 니즈를 고려한 것이다.

이 상품은 발매 3개월 만에 2조800억원어치가 팔렸다.

나아가 우리은행의 경우 '예금+연금'에 보험 기능까지 접목했다.

최근 선보인 '웰스&헬스 정기예금'은 5년 내 원리금 분할지급 방식으로 원금과 이자를 나눠받을 수 있으며,3000만원 이상 가입 고객은 무료로 보험에 가입돼 최고 3000만원까지 입원 치료비를 보장받는다.

시니어 금융상품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자 하나은행은 무료 은퇴준비 컨설팅을 비장의 무기로 제시해 시니어 계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영업점에서 은퇴 준비 컨설팅을 무료로 시작하는 동시에 예금,연금,신용대출 세 가지를 묶은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역모기지론(주택연금) 고객과 연금수령자를 대상으로 전자금융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입출금 통장에 연 3%의 금리를 지급하는 '부자되는 연금통장',연 5.4%의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부자되는 정기예금',연금수령액 범위 내에서 3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하나연금 신용대출' 등이 그것이다.

서정호 하나은행 부행장은 "조만간 잠재 은퇴자인 베이비부머를 위한 펀드 상품을 개발해 시니어 금융상품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가입자의 연령에 따라 주식편입 비중을 조절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로 시니어 계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가입 초기에는 주식 관련 자산에 주로 투자하다 만기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우리투자증권의 '한국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대표격으로,주택마련 자녀교육 노후자금 등 자금이 필요한 특정 시점을 만기로 설정해 운용하는 이른바 생애재무설계 펀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산업의 향후 판도는 주력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니어 마케팅에서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