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위치한 벤처기업 A사는 2002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폐수처리 장치를 개발해 이듬해인 2003년에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A사는 미국의 B사와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현재로선 결정하기 힘들다"였다. A사가 2003년 초 미국에 출원한 특허에 대한 등록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제품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A사는 미국 특허청에서 특허등록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미국 특허청의 특허심사 기간이 약 2년 정도로 한국(9.8개월)보다 훨씬 길다는 점이었다. A사는 특허심사 기간만큼 미국시장 진출 시기가 늦어진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속도가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가 시행돼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3.6개월가량 단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내년 1월부터 '한♥미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를 시범 시행키로 미국 특허청과 합의했다고 9일 밝혔다. 특허심사 하이웨이란 한쪽 국가의 특허심사에서 긍정적인 심사 결과를 받으면,다른 국가에서는 해당 특허출원을 다른 특허출원보다 우선적으로 심사해 주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특허출원 후 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약 22.6개월(2006년 기준)이던 미국의 특허심사 기간이 9개월 정도로 단축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13.6개월이나 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여러 나라에 동시에 특허출원을 하는 국제특허(PCT) 출원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들도 출원 희망국에 미국이 포함돼 있으면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허출원 절차도 간소해진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한국에서 특허를 등록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하려면 '선행기술 조사 결과''선행기술과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서' 등의 서류를 미국 특허청에 별도로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은 일본과 지난 4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향후 유럽연합(EU) 중국 등과도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 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