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元 巖 < 홍익대 교수·경제학 >

한국은행은 9일 콜금리를 연 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수출의 두 자릿수 증가에 힘입어 국내 경기가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물가보다는 과잉유동성을 걱정하여 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바로 하루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동결했다.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위험을 고려하여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그보다는 경기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있어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사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하자 이를 향후 미국경기를 낙관한다는 신호로 보고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도 향후 경기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금리를 올렸으므로 미국과 마찬가지로 주가가 상승할지, 아니면 금융긴축의 신호가 주식시장에 전해지면서 주가가 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 한국은행이 과잉유동성을 걱정하여 금리를 올렸다면 주가상승이 한국은행에는 꼭 반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시장에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해석하고 주가가 상승한다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리면서 과잉유동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위험을 안고서라도 다음 달에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

사실 과잉유동성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도 겪고 있는 현상이다.

2002∼2005년 중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통화를 크게 늘린 결과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동산가격의 급등을 경험했다.

2006년 이후에는 부동산 거품을 걱정하여 통화를 줄여나가자 이번에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주가가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또한 주요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기 위해 통화를 줄여도 중앙은행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광의의 통화나 금융기관 유동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협의의 통화는 크게 줄어들었으나 금융기관 유동성은 여전히 전년동기 대비 10%를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 긴축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금융기관의 수신이 늘어나고 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즉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기관과 비금융기관간,또는 내국인과 외국인간 자금이동이 협의의 통화와 광의의 통화간 증가세 괴리현상을 야기한다.

한편 과잉유동성 문제가 과잉통화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과잉저축의 문제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의장이 되기 전 미국의 과잉유동성이 미국의 과도한 통화증가보다는 아시아 국가들과 석유보유 신흥경제국의 과도한 저축 때문에 야기됐다는 '과잉저축설'을 제기한 바 있다.

예를 들면,일본은 국내 투자가 매우 부진한 데 비해 저축률이 높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저금리를 보이고 있으며,일본으로부터의 저금리 해외자금 차입이 우리나라 유동성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잉유동성 문제는 통화긴축뿐만 아니라 국내 성장률을 높여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저축률과 총투자율은 모두 30% 수준이고 경상수지도 균형에 가까우므로 우리나라의 저축이 과다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향후 투자를 늘려서 국내성장률을 높인다면 GDP 대비 통화비율이 낮아져서 금리를 크게 올리지 않고서도 과잉유동성 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콜금리인상은 금융기관유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자산시장안정을 목표로 한 금리정책은 많은 부작용과 역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달 연속 이루어진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이 이번에는 실물과 자산시장을 모두 안정시키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