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외국인 투자액 1위' '벤츠 S클래스 판매 1위' '집값 상승률 1위'.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중앙아시아,특히 카자흐스탄 경제에 주목하는 이유를 이 세 가지 통계로 압축해 설명한다.

"자원 수출로 연간 100억달러를 훨씬 넘는 무역수지 흑자,독립 이후 유입된 600억달러 상당의 외국인 직접투자 덕분에 오일 머니가 날아다니는 것이 느껴진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 들어서면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는 세계 고급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마이바흐나 포르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널려 있는 게 렉서스와 벤츠이고,러시아 라다나 독일 아우디는 이제 기피 모델로 전락했다."(박성호 알마티 전 KORTA 관장,8월1일 귀임) 호텔에서 만난 바자르바이에프 무라트씨(임대사업)는 "결혼식이 많은 토요일 오후 4시에는 7월 말의 불볕 더위에도 불구하고 하얀 리무진이 줄을 잇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카자흐스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말 현재 5100달러.우리나라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부(CIA) 분석 구매력 평가는 9400달러를 넘어섰다.

알마티의 평균 소득이 2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현지의 추정이다.

집값이 지난 3년간 2배 이상 뛴 것도 급작스러운 소득 급증의 반영인 셈이다.

가장 비싼 곳은 ㎡당 1만1000달러(평당 3000만원 정도)로 서울 강남아파트 가격 못지 않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지 불과 16년 만에 비싸야 잘 팔리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인근 투르크메니스탄도 막대한 천연가스를 무기로 연 20% 이상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게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의 주장이다.

교육 가솔린 등 사실상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이 공짜다.

국민들이 가스 머니로 '사육'당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상대적 빈국인 키르기스스탄도 카자흐스탄의 오일 머니가 넘쳐 흘러오는 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한때 중앙아시아의 맹주였던 우즈베키스탄은 폐쇄 경제를 고수해 개발 속도는 느리지만 연간 7%대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는 우리가 흥분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인가.

현지에서 만난 교민들은 지난 2년간 한국 비즈니스 맨들이 유행처럼 몰려오는 현실에 오히려 우려를 표명한다.

김상욱 한인일보 발행인은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인 블루 오션은 이미 지나갔다"고 단언한다.

자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노 리스크 모어 리턴(No Risk More Return)' 기류가 중앙아시아에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먹을 것은 있지만 한탕은 없다.

기대 수익을 낮춰라"는 동일하이빌 김정부 전무(해외사업 총괄)의 경험적 조언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알마티(카자흐스탄)·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영규 기자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