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안화 절상 압력에 맞불 … 세계금융시장 '태풍의 눈'

중국의 달러 자산 청산 경고가 세계 금융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현실화됐을 경우 그 충격은 어느 정도일지 전문가들 간에 공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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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중국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맞서 달러 자산 청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1조3300억달러의 외환을 쌓아두고 있다. 이 중 미 재무부 채권 등 달러 자산 채권만 약 9000억달러어치에 달한다.

텔레그래프는 중국 국무원 산하 재정연구소인 '개발연구센터'의 샤빈 소장(장관급) 등 공산당 고위 간부 두 명이 "외환보유액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중국 정부 고위 관리가 이 같은 외환 정책 변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샤빈 소장은 막대한 양의 달러 표시 채권을 비롯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교섭 수단(bargaining chip)'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판허 연구원도 "중국이 선택하기만 하면 달러 가치의 폭락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위안화 환율이 달러에 대해 안정을 유지하는 한 달러 자산 보유를 줄이지 않겠지만 위안화 절상 압력이 계속되면 중국 중앙은행이 달러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중국의 위협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달러 가치가 이미 '역사적인 지지선'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자칫 대폭락 사태를 일으켜 불황의 늪에 빠진 미국 주택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신문은 이들 중국 관리의 경고는 대중(對中)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해 환율 보복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인 미국 의회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분석 기관인 BBH의 멕 브라운 전략가는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무역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 등 중립 기구를 통해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RBS그리니치의 앨런 러스킨 전략가도 "다만 중국이 협상력을 높였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면 위안화가 더욱 절상되고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파장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보복 조치로 외환보유액을 매각해 달러 가치를 폭락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만약 중국이 그렇게 한다면 무모한 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도 중국과 우호적인 방법으로 입장 차이를 조율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외환보유액 매각 위협 보도에 대해 "솔직히 터무니없다"고 잘라 말했다.

폴슨 장관은 최근 중국 방문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우이 부총리 등 중국 국가 지도자들과 만났지만 누구도 달러 자산 매각을 이야기하지 않았고,중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싶어했다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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