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대표적 중심가 중 하나인 도쿄 지요다구의 마루노우치 빌딩.1층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는 최근 들어 부쩍 외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물건을 사려는 고객이 아니라 일본 엔화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달 11일부터 국제 신용카드만 있으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설치된 글로벌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통해 손쉽게 엔화를 찾을 수 있어서다.

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인 이토요카도가 대주주로 있는 세븐뱅크는 지난달 말까지 글로벌 ATM을 일본 내 모든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주요 관광지,쇼핑몰 등에 1만2000여 대 설치했다.

게니치 야마모토 세븐뱅크 기획부장은 "국제 신용카드로 글로벌 ATM에서 엔화를 인출할 수 있게 한 지 한 달도 안돼 외국인 거래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섰다"며 "공항을 중심으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가면 엔화를 뽑을 수 있다고 적극 홍보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가 일본을 찾는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신용카드를 편하게 쓸 수 있는 각종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카드로 세븐뱅크에서 엔화 인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비자재팬과 JCB 등을 중심으로 한 일본 카드업계의 협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십년간 고집했던 일본식 마그네틱 카드도 과감히 포기했다.

그동안 일본에서 발급된 카드는 마그네틱 선이 카드 앞면에 위치해 카드 뒷면에 마그네틱 선이 있는 국제 카드 기준과 맞지 않았다.

일본 내 가맹점에 있는 카드 리더기도 국제 기준 카드를 읽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외국인들은 일본에서 카드로 결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일본 카드사들은 마그네틱 선을 카드 앞 뒷면에 모두 부착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가맹점도 국제 기준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 리더기로 교체했다.

이 밖에 일본 카드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와 한국어 등으로 일본 유명 관광지와 음식점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장성빈 비자코리아 이사는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지갑을 좀더 열게 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이나 카드사들도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