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이 대만 3대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인 TBC(Taiwan Broadband Communications) 지분 4%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가 세계적 투자자와 함께 자기자본으로 해외 기업 지분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금융감독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영국계 펀드 및 일본계 보험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대만 3위 MSO인 TBC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은 4200만달러를 투자해 4%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투자증권은 영국계 펀드인 I사 및 일본 보험사와 함께 룩셈부르크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운 후 이를 통해 TBC 지분을 인수했다.

TBC는 1999년 미국 칼라일그룹이 인수한 후 5년간의 기업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2005년 호주 맥쿼리에 지분을 전량 매각했었다. 맥쿼리는 이번에 보유 지분 가운데 20%를 우리투자증권 등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 케이블 업체 지분을 취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투자자들과의 약정에 따라서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도 세계적 투자기관들과 연계해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우리투자증권의 TBC 투자는 국내 증권사가 외국의 대형 투자기관들과 공동으로 해외 기업 지분 인수에 나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이 최근 주가 상승으로 PEF(사모펀드)가 적정한 수익을 확보할 만한 저가의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인 데다 M&A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도 많아 마땅한 투자처가 별로 없다"며 "우리투자증권의 이번 TBC 투자는 국내 PEF의 새로운 돌파구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의 이번 투자는 향후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역량 강화와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