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 없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남북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9일 한국 주식을 다시 사기 시작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69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59억원, 778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매수에 나선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콜금리 인상 악재와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에도 불구하고 사흘째 오름세를 보여 전일대비 5.27포인트(0.28%) 상승한 1,908.68에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난 달 13일부터 전날까지 18거래일 동안 7조5천억원대 주식을 내다판 이후 매수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전날 남북의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외국인의 한국 증시 귀환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상회담은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지정학적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외국인 매매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외국인 매수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긍정적인 결과나 해외 증시의 강세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 전환 배경과는 무관하게 최근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한국 주식시장에서 내다 팔았다는 점에서 이제는 매도세가 멈출 때가 됐다는 관측에 이어졌다.

외국인은 지난 달 13일부터 전날까지 18거래일 동안 매도세를 이어가며 무려 7조5천613억원 규모의 '매물 폭탄'을 쏟아냈었다.

이에 따라 전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33.99%로 2004년 4월26일에 기록한 최고치인 44.14%에 비해서는 10.15%포인트나 낮아졌었다.

게다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 배경으로 작용한 위험자산 기피 경향도 잦아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경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처음 외국인 매도는 국가별 포트폴리오 조절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한국 주식을 파는 형태로 나타났다가 이후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커지면서 이머징 마켓 (신흥시장) 동반 매도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국 비중 축소 과정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두 번째 매도 배경인 위험자산 회피심리도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 매도가 줄어들고 일부 매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